"네티즌 광고 협박에 여름장사 다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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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ㆍ여행사 등 성수기 마케팅 못해
특정 언론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조직적인 광고 중단 압박이 계속되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급속한 영업부진에 빠지는 등 '날벼락'을 맞고 있다.
특히 여름철 성수기를 맞은 유통 여행 통신 등의 업종은 광고를 통한 고객 모집이 어려워져 즉각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24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네티즌들의) 인터넷 전화 공격,주가하락 및 불매운동 협박,여행사 예약ㆍ취소 등 여러 방법을 통해 대기업,영세한 중소기업,여행사까지 피해를 입는 등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며 강력한 대책 마련을 밝힌 것도 이런 현실의 반영이다.
◆여행상품 예약후 취소'업무 방해'
A여행사는 이날 현재 7월 출발 패키지 예약률이 전년 대비 15% 이상 감소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7월 출발 패키지 예약자 수가 지난해 7만9000명에서 올해 6만7000명으로 뚝 떨어졌다"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정상적인 광고를 재개하지 않는 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B여행사도 성수기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던 신문광고를 통한 모객에 제동이 걸렸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지금도 일부 신문지면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라는 전화가 수도 없이 걸려온다"고 털어놨다.
그는 "예년에 비해 문의전화와 예약건수가 15% 정도 떨어지고 있다"며 "일부 네티즌들이 여행상품 예약 후 취소하는 방법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가 늘어나 타격이 더욱 커졌다"고 덧붙였다.
롯데ㆍ현대ㆍ신세계 등 백화점들도 특정 언론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광고 불매운동으로 마케팅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27일부터 시작되는 여름 정기세일에 대한 광고를 예정대로 집행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지난 6일 광고 불매운동의 타깃인 특정 언론을 포함한 모든 일간지에 사은행사 광고를 게재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각 백화점 마케팅ㆍ홍보 부서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광고 게재를 항의하는 전화가 빗발쳤고 백화점 홈페이지에는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는 네티즌들의 협박성 글들이 이어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전화와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를 통해 접수된 항의메시지만 600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1일부터 시작된 '브랜드 세일' 광고를 하지 못했다.
롯데 관계자는 "정기세일 직전 1주일간 진행되는 브랜드 세일도 통상적으로 지면에 상세히 광고하는데 이번에는 네티즌들의 반발을 의식해 모든 일간지 광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 3사는 여름 정기세일 광고는 네티즌들의 타깃이 된 특정 언론을 포함해 모든 언론사에 예정대로 집행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기세일은 백화점업계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만큼 가장 효과적인 홍보수단인 지면 광고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갈수록 조직화되는 광고 압박
한 대형 통신회사는 이날 모든 매체에 광고를 낸 뒤 폭주하는 네티즌들의 협박성 전화로 몸살을 앓았다.
특정 신문에까지 광고를 게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광고 내용이 봉사활동에 나설 대학생을 모집하는 건전한 캠페인이었는데도 전화 가입을 해지할 수 있다는 등의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의 광고중단 활동 주무대인 포털 사이트 다음 미디어의 토론광장 아고라에는 매일 네티즌들이 신문들의 각 면별 광고주 명단이 '오늘의 숙제'라는 이름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 명단에는 광고 기업의 홍보팀과 광고팀 전화번호도 포함돼 있다.
광고 노출 빈도가 높은 주요 기업들을 따로 추린 명단도 게시판에 돌고 있다.
해당기업의 상품 불매 운동도 조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고라에서는 보수 언론에 광고를 하지 않은 한 라면업체의 경쟁사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김재일/송태형/이정호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