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

조울증은 조증과 울증의 양극적 심리상태를 말한다.

조(躁)기에는 의욕과 기운이 넘쳐서 자신의 능력 이상의 일을 벌이지만 울(鬱)기에는 기분이 저하되고 의기소침해져 자신감을 잃는다.

조울증은 개인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사회심리,리더십 그리고 정책에도 적용된다.

'부족함'과 '넘침'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항상성(恒常性)은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른다.

촛불정국을 계기로 청와대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국정운영의 기조가 급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정'을 위한 '개혁'의 속도조절론이 그것이다.

촛불시위로 힘을 잃은 현 상황에서 개혁의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아니면 개혁과제를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으면 '그것으로 끝장'이라는 절박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청와대의 정책사고는 충격적이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이라도 여론의 향배가 유리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접고 서민경제 안정에 집중하겠단다.

속도조절은 개혁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정교한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받아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수도 전기 가스 건강보험의 민영화는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민생을 챙기고 민심을 보살피겠다는 데에 토를 달 필요는 없지만 국민의 마음은 공허하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일거에 다 해결할 것 같은 행태를 보이다가,갑자기 모든 것을 여론에 맡기겠다는 태도 변화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조'와 '울'을 넘나드는 널뛰기에 지나지 않는다.

여론만을 좇는다면 정치는 예술일 수 없으며 민심을 살 수도 없다.

오히려 그나마 남은 국민의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는 '식물정권의 길'을 가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단초는 이념적 정체성과 개혁 의지에 대한 믿음을 공고하게 하는 것이다.

대선공약인 대운하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린 이상,'공기업 민영화,규제개혁,교육제도 개선'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

민심이 떠난 것은 이명박 정부가 개혁을 밀어붙여서가 아니다.

쇠고기 수입을 '개혁과제'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수도 전기 가스 건강보험 등의 민영화를 정식 아젠다로 삼은 적도 없다.

인터넷 괴담만 나돌았을 뿐이다.

인터넷 괴담의 진원지를 찾아내,처벌을 떠나 "표현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인터넷 문화 정착의 계기로 삼았어야 했다.

괴담에 미래의 발전의제를 정부가 알아서 거둬들인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는 이명박 정부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지지도가 소폭상승하고 촛불에 대한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숙한 국정처리에 깊이 사과하고 쇠고기 안전성을 높이려는 노력에 국민들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정도(正道)가 민심을 약간이나마 되돌린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중산층의 비중이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3%는 상위계층으로,7%는 하위계층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최근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4%로 아시아 주요국가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이만큼 우리 경제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다.

경제활력의 제고와 시장기회의 확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개혁과제가 촛불에 표류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당장의 안일을 위해 개혁과제를 미루면 비효율의 적폐가 쌓일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은 우리의 몫이다.

국민에게 땀과 눈물을 요구하는,생산적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는,그리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