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비크조선소 1호선박 완공식에서 만난 현지 직원들은 "직장생활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16개월간 근무했다는 디오니시오씨는 "주변에서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른다"며 엄지손가락을 여러 번 치켜세웠다.

필리핀의 공식 실업률은 15% 선.게다가 일자리의 대부분이 단순 서비스업으로,한진중공업 수비크조선소처럼 기술을 배우면서 돈을 버는 일자리는 거의 없다.

현재 수비크조선소에서 일하는 현지 인력은 약 8000명.내년에는 2만5000명으로 불어난다.

1992년 미국 해군 철수 이후 폐허로 변했던 수비크만이 한진중공업으로 인해 다시 생기를 되찾고 있다.

수비크 경제자유구역청은 한진중공업을 붙잡기 위해 '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달에 1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임대조건으로 조선소 부지를 내준 데 이어 한진중공업 임원이 수비크조선소를 찾을 땐 경찰 사이드카가 따라 붙는다.

가히 국빈 수준의 대접이다.

"투자만 하면 확실히 밀어주겠다"고 제안하는 지역은 수비크 외에도 여러 곳이다.

박규원 한진중공업 사장은 "말레이시아 등 인근 국가에서도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수비크 1호선박 완공식 날 경상남도 마산시 수정만에서는 상반되는 일이 벌어졌다.

STX중공업의 조선기자재 공장 설립에 반대하는 수정마을대책위원회가 마산시와 STX중공업을 상대로 '일반산업단지 개발협약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STX중공업의 수정만 투자를 막기 위한 조치다.

STX중공업은 2006년 3월 마산시 요청으로 공장 설립 원칙에 합의했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2년 넘게 아무 일도 못했다.

수정만에 STX 공장이 들어서면 최대 50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인근 지역에 미치는 경제 유발효과도 연간 6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지만,반대 기류가 거세다.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도 미지근했다.

경남도에서 매립지 용도변경 승인을 얻는 데만 1년 이상 걸렸다.

최근 STX와 마산시가 공장 설립에 최종 합의했지만 반대 측의 기세는 여전히 등등하다.

'수비크만'과 '수정만'.이름만 비슷할 뿐 두 지역의 기업 투자환경은 지금 '극과 극'에 위치하고 있다.

안재석 산업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