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체감경기와 물가불안 심리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개인들의 부채상환능력이 급감,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전망이다.


◆물가전망지수는 1997년 이후 최고


한국은행이 25일 내놓은 '2분기 소비자동향조사(CSI) 결과'에 따르면 약 6개월 뒤의 경기전망을 의미하는 '향후 경기전망지수'는 전 분기(96)보다 무려 44포인트 하락한 52에 그쳤다.

이는 경제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1998년 3분기(42) 이후 최저치다.

이 지수는 작년 4분기 89에서 올 1분기 96으로 개선됐지만 2분기에는 급격히 고꾸라졌다.

새 정부 들어 경기에 대한 기대가 '반짝상승'했지만 최근 고유가와 물가 급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체감경기도 급랭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수가 100 미만이면 향후 경기를 비관하는 사람이 낙관하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도 1분기 105에서 2분기 86으로 악화됐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06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불안 심리,즉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2분기 '물가수준 전망지수'가 전 분기(148) 대비 11포인트 상승한 159로 치솟은 것.이는 1997년 4분기(170) 이후 최고치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라고 하는데 지금처럼 체감경기가 급랭하고 물가 불안 심리가 확산되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라고 말했다.


◆실물경제도 '우울'


실물 경제도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상반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란 경고가 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5.2%에서 하반기 3.1%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경기둔화폭(2.1%포인트)은 2003년 상반기 '신용카드 사태' 당시(전 분기 대비 4.2%포인트 둔화) 이후 최대다.

국내 경제연구소들도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률이 둔화돼 잘해야 3%대 후반~4%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부에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체감경기가 나빠진 상황에서 실물 경제마저 급격히 꺾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개인 빚 1558만원


이런 가운데 개인들의 경제 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한은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개인당 빚은 1558만원으로 작년 말(1526만원)보다 32만원 늘었다.

반면 금융자산은 이 기간에 3523만원에서 3517만원으로 감소했다.

올초 국내외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금융자산은 감소한 반면 신용카드 대출 등이 늘어나면서 개인 빚은 증가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개인의 부채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부채비율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지난 3월 말 현재 2.26배로 2004년 6월 말(2.24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금융계 관계자는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로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서민들의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