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미분양 추가 대책 및 규제 완화를 요구해 온 주택건설업계가 부동산 시세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기 위해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왜곡 자료를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는 집값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상태에선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를 풀어 줄 수 없으며 건설업계가 먼저 분양가 할인 등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가 공동 출연한 주택산업연구원은 25일 '2008년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을 내놓고 올 하반기 집값의 실질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 하반기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0.3% 오르는 데 그칠 것이란 내용이다.

하지만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작년 하반기 대비 예상치이고 집값 상승률 전망치는 올 상반기와 비교한 수치여서 비교 자체가 억지다.

정부 공인 시세 조사 기관인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가격은 서울 강남권 등 '버블세븐' 지역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 대비 5월 현재 2.9% 올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내에 물가상승률인 4%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

전국 연립.다세대(5.3%)와 서울(5.4%) 및 수도권(4.8%)은 이미 물가상승률을 넘어섰다.

게다가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반기에 2~3% 집값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주택 실질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이에 대해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나 월별 통계로만 발표돼 사용했을 뿐"이라면서도 주택가격 상승률을 전년 동기 대비에 맞춰 실질가격 상승률을 산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주택건설업계가 기본적인 통계까지 왜곡하며 정부로부터 지원책을 끌어내려 한다고 꼬집었다.

주택업계는 집값 실질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부동산시장이 안정됐으니 정부가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미분양 아파트 누적과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수익성 악화,원자재값 급등 등으로 건설회사의 도산 가능성이 높아지니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 대한 1가구2주택 양도 중과 완화,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추가 확대 등을 촉구했다.

공급이 부족해져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통계까지 왜곡해가며 여론의 동정을 사려고 한다면 소비자로부터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가는 여전히 비싼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그동안 분양가 자율화 이후 고분양가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도 미분양 아파트 가격은 내리지 않고 있다"며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대책은 없다"고 못박았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