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때마다 쇠고기 사는데 메뉴판 날마다 고쳐야할 판"

다음 달부터 종류나 면적에 상관없이 모든 음식점과 급식시설에서 쇠고기를 원료로 조리한 모든 음식에 원산지를 표시해야 함에 따라 식당들과 관련 유통ㆍ외식업계가 바빠졌다.

다음 달 1일 국무회의에서 농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ㆍ시행규칙이 의결돼 공포되면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가 '예외 없이' 바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하는 100㎡ 미만 영세 식당 등 상당수 음식점들이 구체적인 표기 방식과 범위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또 계도ㆍ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원산지 표시를 규정대로 적용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강화된 원산지 표시제가 자리잡기까진 상당한 시행착오가 불가피해 보인다.

◆원산지 표시 어떻게 하나

쇠고기가 들어간 모든 음식 메뉴에 소비자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메뉴판과 게시판 등에 표시해야 한다.

구이나 찜,탕뿐 아니라 쇠고기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뭇국 미역국이나 김밥,장조림 같은 반찬도 예외가 없다.

국내산일 경우 '쇠고기 갈비찜(국내산,한우)'과 같이 품종을 함께 표시해야 하고,수입산은 '쇠고기 갈비찜(호주산)'처럼 수입국가명만 표기하면 된다.

원산지가 다른 쇠고기를 함께 사용한 경우에는 '갈비탕(국내산 한우와 호주산 섞음)'식으로 표시한다.

◆영세 식당들 우왕좌왕

전국 60만여곳의 식당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음식업중앙회는 이 같은 원산지 표시제의 내용을 각 지회를 통해 음식점에 공지했으나 점주들은 어디부터 어디까지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지 혼선을 겪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40㎡ 규모의 한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45)는 "영세 식당은 고기를 구입할 때마다 원산지가 다를 수 있는 데 그때마다 메뉴판을 바꿔야 한다"며 "메뉴판 교체 비용도 부담이지만 쇠고기가 들어간 국과 반찬을 어떻게 일일이 적냐"며 반문했다.

원산지를 제대로 표시할 경우 매출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업체들도 많다.

송파구에서 김밥집을 하는 김모씨(38)도 "김밥 재료로 당연히 수입산을 쓰는데 그대로 알리면 누가 사먹겠느냐"며 "원산지 표기도 귀찮아 아예 메뉴에서 '쇠고기 김밥'을 뺄 생각이지만 매출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단속 실효성 의문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표시방법을 지키지 않으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허위로 표시할 경우에는 영업정지 1개월까지 추가로 처벌받는다.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여 팔면 징역 3년,벌금 3000만원까지 처벌이 강화된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정부는 원산지 표시 대상 확대에 맞춰 8월 말까지 특별단속인원 4773명을 투입한다지만 이 정도의 인원으로 64만개가 넘는 업소를 제대로 감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송태형/김진수/이재철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