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는 종종 황당한 일이 벌어지곤 한다.

수술을 앞둔 두 명의 환자 차트가 서로 바뀌면서,위암환자가 갑상선 수술을 받고 갑상선환자가 위 절제수술을 받았다.

오진으로 인해 신체의 엉뚱한 부위를 수술하는 예도 허다하다.

수술후의 합병증이나 주사,수혈,투약의 잘못으로 고통받는 환자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의료사고는 외과수술에서 가장 흔하다.

첨단의료 장비인데도 사고건수는 늘고만 있다.

따라서 소송을 벌이는 의료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생각다 못해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사과법(I am sorry)'을 도입했다.

가급적 분쟁을 줄여보자는 취지인데,의사가 자신의 실수를 머뭇거림 없이 충분히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외과수술에 따른 합병증이나 사망위험을 줄이기 위해 의사들이 지켜야 할 6가지 수칙을 발표했다.

하버드대학 연구진과 함께 만든 이 수칙은 아주 평범하기까지 하다.

"수술환자가 틀림없는지,환자 몸속에 깜빡 잊고 수술도구나 거즈를 넣지는 않았는지,절개 전에 항생제는 투여했는지…"등이다.

뱃속에 수술가위를 넣고 봉합한 사고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났었다.

일종의 '안전확인목록'인 WHO의 수칙은 수술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망사고의 세 가지 주요 원인을 없애는 데 목표를 두었다고 한다.

즉 감염을 예방하고,출혈에 따른 합병증을 차단하고,마취를 안전하게 하는 것이다.

의료사고는 환자의 건강을 해칠 목적이 아니어서 일반적인 사고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그런데 새로운 의료기술의 발달로 성형이나 안과,신체교정 등의 수술이 급증하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 역시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형편이다.

누구도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장담을 못한다.

의료진의 한순간의 실수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제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WHO 수칙과 함께 "독수리와 같은 눈과,사자와 같은 마음과,여자와 같은 손을 가져야 한다"는 영국속담도 한번쯤 새겨봐야 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