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지난 17일 경제 자문가들을 긴급 소집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5.6% 올라 6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였다.

룰라 대통령은 다음 날 상파울루 증권거래소에서 기업인들을 만나 "인플레이션 제어가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천명했다.

자원과 곡물가격 고공행진에 힘입어 화려하게 부활한 브라질 경제에도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점증하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헤알화 강세가 고성장세를 위협할 조짐이다.

하지만 중병이라기보다는 신흥 경제대국으로 가기 위한 '성장통'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최근 시장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기존의 5.8%에서 6.08%로 높였다.

이와 함께 지난 4일 기준금리를 1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4월에 이어 두 달 만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것이다.

이 여파로 지난달 70,000선을 웃돌던 보베스파지수는 65,000선으로 밀렸다.

헤알화 강세도 복병으로 등장했다.

헤알화 가치는 지난해 달러당 평균 1.94헤알에서 최근 1.60헤알로 치솟았다.

이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로 지난해 월평균 33억4000만달러에 달했던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 3월엔 10억1000만달러로 감소했다.

하지만 브라질 경제의 성장동력은 살아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삼바경제 부활의 일등공신인 고유가와 애그플레이션(agflationㆍ농산물발 물가 상승) 수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남미에서 베네수엘라 다음으로 많은 석유를 생산하는 산유국이다.

동시에 자국 인구(1억9000만명)보다 많은 한 해 3억명 인구가 소비할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수출하고 있다.

특히 브릭스 국가 중 자원대국으로 꼽히는 러시아도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데 비해 브라질은 농산물 광산물 에너지 등 '3두 마차'가 나란히 수출을 이끌고 있다.

신흥시장의 증가하는 자원 수요가 브라질의 경제 질주에 '연료'를 제공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보베스파지수는 연초 대비 3.0% 오른 상태다.

브릭스 4개국 가운데 올 들어 주가지수가 오른 곳은 브라질뿐이다.

중국(-46%)과 인도(-30%)는 물론 러시아 증시도 2.2% 떨어졌다.

집권 2기를 맞은 룰라 정부의 시장친화 정책과 성장 가속 프로그램도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비즈니스 위크는 "브릭스(BRICs)란 단어에서 'B'(브라질)를 빼야 한다는 조소 섞인 평가마저 들었던 브라질이 이제 브릭스의 선두에 섰다"며 "브라질 경제는 향후 수년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