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 좌담회…"공인 기술평가사制 도입해 기술금액 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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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국가경제를 뒷받침하는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과제가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관련 국정과제에 '기술금융 활성화'를 포함시키는 등 기술 혁신형 기업에 대한 지원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 25일 본사 14층 회의실에서 최순자 인하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현병택 기업은행 부행장,정승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을 초청해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면 기술금융 활성화가 요구되며 이를 위해 국내 기술금융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술보증기금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우종근 한국경제신문 편집위원)=최근 들어 기술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승일 박사=기술금융은 기술력을 갖춘 창업 초기의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금융의 일종이다.
서구의 경우 벤처캐피털 시장을 통해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들에 투자하는 형태가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기업은행,기술보증기금 등 정부 산하기관에서 기술금융이라는 형태로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독창적인 금융시장이 형성돼 있다.
△현병택 부행장=우리나라 기업의 99%는 중소업체다.
국가 경쟁력도 이들의 기술개발에서 나온다.
우리나라가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신기술이 바탕이 된 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술금융의 활성화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현재 시중은행에서 기술금융을 취급하는 사례는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정 박사=기술금융 자체가 담보없이 기술평가를 통해 지원하는 하이 리스크(High-risk) 형태의 기업금융인 만큼 이를 지원받은 중소업체들의 채무 불이행 확률도 높은 편이다.
기술개발에 성공해 놓고도 사업화 과정이 만만치 않아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행을 제외한 일반 시중은행들은 기술금융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 부행장=좋은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사업화 자금이 부족해 공장을 짓다가 망하는 업체가 수두룩하다.
이미 기술개발 과정에서 진이 빠진 탓이다.
국가 경쟁력 확충을 위해 이제 기업금융 시장도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는 업체들이 보유한 기술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그에 따라 대출하는 기술금융이 기업금융 시장의 핵이 될 것이다.
△최순자 교수=시중은행의 외면도 문제지만 정책금융 중심의 기술금융 지원체계에도 문제가 있다.
기술금융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인력 등 기술평가 인프라를 확대한다고 하는데 정부 쪽에서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것보다는 아웃소싱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나 정부기관이 운영하면 아무래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회=기술보증기금을 신용보증기금과 합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 교수=교육으로 비유하자면 초.중학교는 국가에서 돈을 댄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대기업으로 커 나가는 진입 단계에서는 기보와 같은 특성화된 기관이 있어야 한다.
통합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 박사=정부는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면서 한국개발펀드(KDF)를 설립,중소기업에 금융지원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에 금융을 지원하면 시중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간접 금융지원 시스템(On-lending)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독일과 유사한데 한국에는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경우 KDF에 해당하는 독일부흥은행(KFW)에서 각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주립은행(슈파카슨)을 통해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중은행을 통해야 하므로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KDF가 설립되더라도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은 인프라가 갖춰진 뒤 단계별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전까지는 기보 등 기술금융에 노하우를 가진 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신용보증기금과 기보를 합치는 문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신보는 기보에 비해 조직이 훨씬 큰 데다 일반 신용보증 위주의 기관이어서 기술평가와 기술보증 등에 특화한 기보의 역량이 묻힐 수밖에 없다.
△현 부행장=시중은행들은 BIS 비율에 묶여 있어 기술금융을 취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그렇다고 기술금융을 무작정 허용하면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존에 기술금융을 취급하는 기보나 기업은행의 역할을 특화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최 교수=기술거래소를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기술 거래 실적은 극히 미미하다.
기술개발과 사업화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업화에 대한 마인드가 없으면 공장을 짓고 판로를 개척하다가 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술거래소를 통해 사업이 될 만한 기술 거래가 활발해지면 민간 차원의 기술금융 시장도 발달할 것이다.
△정 박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술 거래를 민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어려운 상태다.
웬만한 기술을 거래하려면 먼저 해당 기술에 대해 평가(기술평가)를 해야 하는데 기보를 제외하면 평가 전문 인력이 많지 않은 데다 보통 평가 수수료만 건당 3000만원 이상을 넘어가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중소업체들이 기술거래소를 이용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현 부행장=은행 입장에서 보면 담보대출의 경우 공인 감정평가사들이 있어 대출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기술금융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가칭 공인 기술평가사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을 쓰면 효율적일 것이다.
시중은행들도 이들을 활용해 공인된 기술평가 금액을 산정할 수 있어 기술금융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다.
특히 기술평가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기술보증기금 인력의 경우 일정 기간을 근무하면 동일한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보의 기술평가 과정에서 업종별로 신망 있고 노하우가 풍부한 민간 기업인 출신을 자문위원으로 채택하는 방법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 교수=동감한다.
기술평가 전문 인력이 계속 양산되면 기술거래소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또 기보가 평가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데에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 창출 효과도 있다.
△정 박사=기본적으로 기보의 조직이나 역할을 언젠가는 민간 쪽으로도 확대해 상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기보의 역할이 위축받지 않도록 오히려 특성화시키고 장려하는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정리=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
정부는 중소기업 관련 국정과제에 '기술금융 활성화'를 포함시키는 등 기술 혁신형 기업에 대한 지원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 25일 본사 14층 회의실에서 최순자 인하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현병택 기업은행 부행장,정승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을 초청해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면 기술금융 활성화가 요구되며 이를 위해 국내 기술금융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술보증기금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우종근 한국경제신문 편집위원)=최근 들어 기술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승일 박사=기술금융은 기술력을 갖춘 창업 초기의 중소기업들이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금융의 일종이다.
서구의 경우 벤처캐피털 시장을 통해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들에 투자하는 형태가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 육성 차원에서 기업은행,기술보증기금 등 정부 산하기관에서 기술금융이라는 형태로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독창적인 금융시장이 형성돼 있다.
△현병택 부행장=우리나라 기업의 99%는 중소업체다.
국가 경쟁력도 이들의 기술개발에서 나온다.
우리나라가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신기술이 바탕이 된 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술금융의 활성화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현재 시중은행에서 기술금융을 취급하는 사례는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정 박사=기술금융 자체가 담보없이 기술평가를 통해 지원하는 하이 리스크(High-risk) 형태의 기업금융인 만큼 이를 지원받은 중소업체들의 채무 불이행 확률도 높은 편이다.
기술개발에 성공해 놓고도 사업화 과정이 만만치 않아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행을 제외한 일반 시중은행들은 기술금융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 부행장=좋은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사업화 자금이 부족해 공장을 짓다가 망하는 업체가 수두룩하다.
이미 기술개발 과정에서 진이 빠진 탓이다.
국가 경쟁력 확충을 위해 이제 기업금융 시장도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는 업체들이 보유한 기술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그에 따라 대출하는 기술금융이 기업금융 시장의 핵이 될 것이다.
△최순자 교수=시중은행의 외면도 문제지만 정책금융 중심의 기술금융 지원체계에도 문제가 있다.
기술금융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인력 등 기술평가 인프라를 확대한다고 하는데 정부 쪽에서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것보다는 아웃소싱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나 정부기관이 운영하면 아무래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회=기술보증기금을 신용보증기금과 합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 교수=교육으로 비유하자면 초.중학교는 국가에서 돈을 댄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대기업으로 커 나가는 진입 단계에서는 기보와 같은 특성화된 기관이 있어야 한다.
통합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 박사=정부는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면서 한국개발펀드(KDF)를 설립,중소기업에 금융지원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에 금융을 지원하면 시중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간접 금융지원 시스템(On-lending)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독일과 유사한데 한국에는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경우 KDF에 해당하는 독일부흥은행(KFW)에서 각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주립은행(슈파카슨)을 통해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중은행을 통해야 하므로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KDF가 설립되더라도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은 인프라가 갖춰진 뒤 단계별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전까지는 기보 등 기술금융에 노하우를 가진 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신용보증기금과 기보를 합치는 문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신보는 기보에 비해 조직이 훨씬 큰 데다 일반 신용보증 위주의 기관이어서 기술평가와 기술보증 등에 특화한 기보의 역량이 묻힐 수밖에 없다.
△현 부행장=시중은행들은 BIS 비율에 묶여 있어 기술금융을 취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그렇다고 기술금융을 무작정 허용하면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존에 기술금융을 취급하는 기보나 기업은행의 역할을 특화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최 교수=기술거래소를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기술 거래 실적은 극히 미미하다.
기술개발과 사업화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사업화에 대한 마인드가 없으면 공장을 짓고 판로를 개척하다가 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술거래소를 통해 사업이 될 만한 기술 거래가 활발해지면 민간 차원의 기술금융 시장도 발달할 것이다.
△정 박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술 거래를 민간 시장에 맡기는 것이 어려운 상태다.
웬만한 기술을 거래하려면 먼저 해당 기술에 대해 평가(기술평가)를 해야 하는데 기보를 제외하면 평가 전문 인력이 많지 않은 데다 보통 평가 수수료만 건당 3000만원 이상을 넘어가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중소업체들이 기술거래소를 이용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현 부행장=은행 입장에서 보면 담보대출의 경우 공인 감정평가사들이 있어 대출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기술금융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가칭 공인 기술평가사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을 쓰면 효율적일 것이다.
시중은행들도 이들을 활용해 공인된 기술평가 금액을 산정할 수 있어 기술금융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다.
특히 기술평가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기술보증기금 인력의 경우 일정 기간을 근무하면 동일한 자격을 취득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보의 기술평가 과정에서 업종별로 신망 있고 노하우가 풍부한 민간 기업인 출신을 자문위원으로 채택하는 방법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 교수=동감한다.
기술평가 전문 인력이 계속 양산되면 기술거래소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또 기보가 평가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데에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 창출 효과도 있다.
△정 박사=기본적으로 기보의 조직이나 역할을 언젠가는 민간 쪽으로도 확대해 상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기보의 역할이 위축받지 않도록 오히려 특성화시키고 장려하는 정책적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정리=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