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교육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촛불집회에서 연일 터져나오는 '미친교육' 구호 공격으로 이주호 전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이 경질된 데 이어 후임인 정진곤 수석비서관은 논문 중복게재 논란으로 인해 임명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 대한 교체설이 한 달 이상 이어지면서 정부가 추진하던 교육개혁 정책들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거나 개혁의 수위도 점차 낮아지는 분위기다.

26일 교과부 등에 따르면 촛불집회 등의 영향으로 최근 정부가 추진을 중단한 주요 교육정책은 △초ㆍ중ㆍ고 학교별 학업성취도 공개 △교원평가제 실시 △특목고 확대 등이다.

정부는 지난 5월26일 초ㆍ중ㆍ고 학교별 학업성취도를 공개하는 내용의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교육정보공개법)'을 발효시켰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시행령은 현재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과부 학교정보분석과 관계자는 "국민들의 반발이 있는 만큼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정보공개 내용은 다소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정보공개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데이터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사의 수업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원평가제와 교장 자격증 없이도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교장공모제도 수위 조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교과부 교직발전기획과 관계자는 "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이를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어고의 특성화고 편입문제와 시ㆍ도교육청의 특목고 설립권한 확보문제 등을 규정한 특수목적고 체제 개편안은 교과부에서 하반기 중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교과부 학교제도기획과 관계자는 "특목고는 워낙 민감한 이슈여서 정책 방향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자율형ㆍ자립형 사립고 설립도 사실상 '올 스톱'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가 은평뉴타운에 자립형사립고를 설립하기로 했지만 최근 추가로 진행된 사안은 아무 것도 없다"며 "촛불집회 등으로 인해 정부 교육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자율화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입학사정관제 도입도 내년으로 예정돼 있지만 129억원의 예산을 배분해야 할 대학교육협의회가 교과부 인사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집행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부의 교육정책이 '오리무중'인 상태가 지속되는 것에 대해 시장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미희 동양종합금융증권 교육담당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발표했던 교육정책이 언제 바뀔지 알 수 없어 관련 업종의 주가와 교육업체들의 신규 상장 등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개혁 밑그림은 벌써 다 발표했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밀어붙이기도,포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석과 장관 인사라도 확정돼야 정책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텐데 시간만 흐르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상은/성선화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