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등원과 장외투쟁 지속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장외에 계속 있자니 동력 마련이 쉽지 않고 그렇다고 '원외투쟁→촛불집회 참가→철야농성'으로 투쟁수위를 높여 온 터에 특별한 계기 없이 국회로 돌아가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의원과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장외투쟁을 주도하고 있고 자유선진당은 일찌감치 등원을 결정한 반면 민주당은 미아가 됐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장은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우세하다.

정부가 관보게재를 강행한 만큼 단식과 의원직 사퇴 등 투쟁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강경론에 힘이 실려있다.

장세환 의원 등 개혁성향의 의원들은 "국민투표를 내걸고 강력한 대여투쟁을 펼쳐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동안 등원론을 주장했던 김부겸 주승용 의원 등도 "지금은 투쟁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외투쟁동력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한 핵심당직자는 "강경론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이번 투쟁에 의원직을 걸 수 있다는 의원 2명을 못 모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의원들은 "관보게재 전에 등원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지금이라도 (등원이) 늦지 않았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지도부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비상시국회의에서 "오늘은 정부가 주권을 포기한 제2의 국치일"이라고 규탄하면서도 "반드시 챙겨야 할 일이 있다.국정조사를 통해 협상의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축법 개정안보다 국회 등원이 전제돼야 하는 국정조사에 방점을 찍은 것을 두고 당 지도부의 기류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등원여부와 등원을 위해 한나라당에 요구할 사항,원내외 투쟁 로드맵 등 계획이 주말 동안 지도부의 검토를 거쳐 다음 주에는 발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