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불능화를 신고하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에 착수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테러지원국에서 벗어나게 되면 북한의 개혁 개방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그동안 중단했던 대북 프로젝트를 다시 검토하는 분위기다.

대기업 관계자는 26일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북ㆍ미 북ㆍ일 관계 정상화가 연쇄적으로 이뤄지고 중국은 물론 서방 기업들의 북한 진출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문창섭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장은 "개성공단을 둘러싼 불안 요소가 해소돼 이곳에서 사업을 활발히 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랍 속 대북프로젝트 다시 검토

국내 기업들은 개성공단 투자 등 대북 진출에 대한 제약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를 계기로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규모 대북 투자나 지원문제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온 게 사실이다.

중소기업들과는 달리 삼성 현대 기아자동차 LG SK 등 대기업들의 대북사업은 2000년대 들어 크게 진전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한반도에 해빙무드가 조성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재계는 판단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북한이 국제사회로 복귀하고 남북 관계 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며 대북 관광 사업의 확대를 조심스레 검토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합의만 해놓고 지지부진한 백두산 직항로 관광이 속도를 내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가 추진하고 있는 북한 안변지역에 선박블록공장을 건설하는 사업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SLS조선 등은 블록공장뿐만 아니라 중대형 조선소 건립까지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분위기까지 달라져 북한에 블록공장 건립을 추진해온 기업이라면 조선소 건립도 당연히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세계적 원자재난 속에서 북한의 철광석 유연탄 등 광물자원 개발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북한 철광석과 유연탄을 도입하기 위해 이미 현지 조사를 벌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가가 폭등해 기존 수입선 외엔 북한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광업진흥공사는 북한 광물자원의 개발을 위해 현지 조사를 벌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SK GS 등 에너지 기업들은 북한의 서해유전개발 참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심스러운 반응도 나온다.

대기업 관계자는 "테러지원국 해제가 곧바로 북한의 개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가 부족해 대규모 투자 협력사업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사업 다시 활기 찾을까

남북 관계 경색으로 위축됐던 개성공단 사업이 다시 활기를 찾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이번 조치가 남북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통행,통신,통관 등 '3통(通) 문제'가 하루속히 정상화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입주 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정밀가공장비 같은 것은 전략물자라며 개성공단에 반입이 안 돼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북·미 관계 개선으로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게 되면 개성공단에서 각종 전자제품의 생산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와 1단계사업에서 분양을 받아 입주한 기업들도 북한 핵프로그램 신고의 후속 조치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면 북·미 관계가 호전되고 개성공단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토지공사 관계자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는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북·미 관계 호전 등으로 연결돼 개성공단 사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장창민/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