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월드 리처드 오글 지음 ㅣ 손정숙 옮김 ㅣ 리더스북 ㅣ 502쪽ㅣ2만원

정부,기업할 것 없이 지식경제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느라 분주하다.

이미 개발 시대의 성장 모델로 돌아가기란 불가능해졌으며,소수의 첨단 수출산업에 의존하는 현재의 성장도 양극화와 불안한 국제환경 때문에 한계에 봉착했다.

많은 이들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촉구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혁신적 아이디어를 창출해낼 '혁신적 창조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때 우리는 '혁신적 창조성'이 그저 '천재'라 불리는 몇몇 뛰어난 개인들의 뇌 속에서 이뤄지는 것으로만 여겨왔다.

이러한 인식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혁신과 창조로부터 소외되는 느낌을 줬다.

그러나 <<스마트 월드>>의 저자 리처드 오글은 이 같은 통념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는 동서고금의 비즈니스,과학,기술,예술 분야에 나타난 창조와 최근의 뇌과학 발달을 두루 살피면서 색다른 결론을 내고 있다.

세상을 발전시킨 창조성은 개개인의 천재성만이 아니라 아이디어 네트워크의 통합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창조적 도약을 이룬 천재나 거장들이 다양한 지식으로 구성된 아이디어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음을 일깨운다.

피카소의 걸작 '아비뇽의 아가씨들'은 그의 두뇌에서 완성되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트로카데로 박물관에서 접한 아프리카 미술 덕분에 창조될 수 있었다.

반세기 이상의 히트작 '바비 인형'은 인형을 통해 자신을 성인 여성의 모습에 투영하려던 아이들의 은밀한 욕구와 독일의 성인만화 주인공이 결합된 것이다.

건축계의 흐름을 바꾼 프랭크 게리의 구겐하임 미술관도 건축에 미술과 과학적 원리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창조의 주인공들은 이처럼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던 지식 및 아이디어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두뇌뿐 아니라 네트워크에 내재된 이른바 '배태 지능'까지 폭넓게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네트워크를 이용해 아이디어의 상호작용을 끌어냈고,거기서 발생한 시너지가 창조적 도약으로 영근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만나 상호작용함으로써 영리해진 세상,즉 아이디어 네트워크로 짜인 유기체적 공간을 '스마트 월드'라고 한다.

저자는 '스마트 월드'에서 일어나는 창조의 원리를 최근의 네트워크 과학 및 복잡계 이론과 접목시켜 한층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스티븐 스트로가츠,던컨 와츠,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등의 선구적 연구 작업에서 유래한 네트워크 과학은 새롭고도 흥미로운 학문 영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역동적이고 자기조직적이며 자기변형적인 아이디어 네트워크의 생성과 진화를 통찰할 사고의 틀을 제시해준다.

저명한 철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앤디 클라크는 "우리는 지능을 보다 덜 사용하고도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우리의 지능을 활용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그간의 학문적 견해와는 정반대로 사고가 세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제시하는 것으로서 왜 우리가 역동적인 아이디어 공간인 스마트 월드를 이해하고 적극 활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도 스마트 월드를 활용할 능력을 키움으로써 얼마든지 창조의 주인공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수많은 인맥과 다양한 사고체계 속에 네트워크 개념이 자연스럽게 스며있다.

<<블링크>>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도 이러한 동아시아인들의 관계적 사고의 틀이 창조적 사고와 현대 사회의 성공에 더욱 적합하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우리 스스로가 스마트 월드를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능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티핑 포인트의 법칙''핫스팟의 법칙' 등 '창조적 도약을 이끄는 9가지 법칙'을 숙고하고 거기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면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현안들에도 분명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 채승병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