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고 가중..서민경제 갈수록 '피멍'

국제유가가 다시 폭등, 26일(미국 현지시간) 장중에 배럴당 140달러(서부텍사스 중질유 기준)를 넘어서면서 3차 오일쇼크가 눈앞에 닥쳤다.

기름값 급등으로 나라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으나 정부와 정치권은 미국 쇠고기 문제와 '촛불'에 발목이 잡혀 국정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급등은 곧바로 물가불안과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를 더욱 조여 성장을 위축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경상수지까지 악화돼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저성장 고물가의 스테그플레이션 수렁으로 깊이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총체적 난국을 맞아 비상조치를 마련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외부요인으로 오르는 국제유가와 경상수지 악화에 대해선 뾰족한 대책이 없어 서민들의 생활고를 가중하고 있다.

◇ 3차 오일쇼크 견딜수 있을까
지난 2차 오일쇼크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40달러였으며 이를 요즘 물가와 석유의존도로 환산하면 150달러 정도가 된다.

현재 유가수준이 140달러이므로 10달러만 더 오르면 바로 3차 오일쇼크로 진입한다.

최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하고 정부의 성장률 전망 예상치가 갈수록 낮아지는 것이 주로 국제유가 급등 때문임을 감안하면 향후 지속적인 유가 상승은 안그래도 비틀거리는 경제를 '그로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평균 150달러 수준이면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2.0%, 물가상승률은 9%를 나타내고, 평균 200달러로 높아질 경우 성장률은 마이너스(-0.2%)로 떨어지면서 물가는 13.8%로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국제유가 150달러가 현실화한다면 하반기 성장률은 당초 올해 연간 목표치의 3분의 1 수준, 물가는 예상치의 3배나 되는 끔찍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맞을수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외부의 공급요인으로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정부에서 들고 나올 수 있는 방안이 마땅찮다"면서 "강하게 대처하면 정부가 시대가 바뀐 줄 모르고 몰아치려 한다고 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대응하려 하면 아무것도 안한다는 비판을 받을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 경상수지도 부담 가중
5월 경상수지도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흑자로 반전하는데 실패,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제운용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5월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7년(9억10만달러 적자) 이후 11년만으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까지는 경상수지 적자폭이 우리 경제가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큰 부담은 아니지만 경상수지 적자는 환율을 밀어올리고 이는 수입물가 상승과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경제구조상으로는 안좋은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절대치가 문제가 아니라 향후 적자구조를 흑자구조로 전환시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우려가 크다.

국제유가 폭등에서 비롯되는 경상수지 악화는 자원빈국의 입장에선 마땅한 대처수단이 없다.

고환율이 물가급등으로 전이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써가며 환율이 올라가는 것을 막고 있지만 경상수지가 적자 구조가 누적되면 달러를 내다팔수도 없게 된다.

'환란의 추억' 때문이다.

◇ 물가상승 가속..서민들 '한계상황'
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4.9% 상승했는데 물가상승 기여도를 보면 석유류가 1.43%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전체 물가 상승분의 30% 가량이 석유류 제품 영향이라는 의미다.

곧 발표될 6월 소비자물가는 5월보다 더 높아 5%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요즘의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더욱 가팔라진다.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도 작년 동월에 비해 5.9% 올라 2004년 8월(6.7%)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민들의 비명소리가 통계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밀가루 값은 전년 동월 대비 66.1%나 폭등했으며 빵은 11.9%, 돼지고기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 여파로 24.7%나 껑충 뛰었다.

하반기엔 공공요금 인상도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을 가급적 억제한다는 방침이지만 유가가 추가로 오를 경우 일정부분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진다.

선택적으로 차량 운행 등을 줄여 고유가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일반 가정과 달리 화물운송업자, 관광버스 차주, 농어민 등 생계수단으로 경유를 사용하는 이들은 경유값 상승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화물연대 등 이익단체들이 추가 지원을 요구하며 다시 집단행동을 하지 말란 법도 없다.

최근 LPG 가격까지 인상되면서 택시 운전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고, 취사용으로 이용되는 프로판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식당을 운영하는 영세업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박용주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