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대회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제63회 US여자오픈 첫날 한국의 1988년생 '스무살 동갑내기들'이 상위권에 포진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투어 2년차인 오지영(에머슨퍼시픽)과 김송희(휠라코리아)는 나란히 1,3위에 올랐고,신지애(하이마트)는 공동 4위에 자리잡았다.

세 선수는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로 함께 활동한 공통점이 있다.

중량감은 세계적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10년 전 박세리가 21세 때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생각하면 이변이 일지 말라는 법도 없다.

2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에디나의 인터라켄CC(파73)에서 열린 대회 첫날 주목을 받은 선수는 프로 14년째의 '노장' 팻 허스트(39·미국)와 함께 '리더 보드' 맨 윗자리를 차지한 오지영이었다.

오지영은 이날 보기는 1개에 그치고 버디 7개를 잡으며 6언더파 67타를 쳤다.

오지영은 2006년 말 미국L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에서 공동 9위를 하며 투어 시드를 받은 선수.2007년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6위를 차지한 것이 최고 성적일 정도로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다.

그러나 신지애 김송희 유소연 최나연 등과 함께 국가대표를 지냈을 정도로 기본이 탄탄해 아마추어 시절에는 총 10승을 거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에머슨퍼시픽청소년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이중명 에머슨퍼시픽그룹 회장의 후원을 받아 고3 겨울에 미국에 진출했다.

이날 버디 대부분이 1m 안팎의 거리였고,홀에 들어갈뻔한 샷도 많았다.

오지영은 "코스가 길다 길다고들 하는데 대부분 홀에서 드라이버를 치면 9번아이언이나 웨지 거리가 남았다.

드라이버샷과 쇼트 아이언샷 감이 좋아 선두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지영이 Q스쿨을 통해 미국 무대에 진출한 케이스라면,김송희는 2부투어인 퓨처스투어를 거쳐 미국LPGA투어 카드를 받은 선수다.

김송희도 16번홀까지 버디만 6개 잡으며 공동 1위에 들었으나 파4홀 중 가장 긴 17번홀(441야드)에서 보기를 범하는바람에 5언더파 68타의 단독 3위로 내려앉았다.

오지영과 달리 김송희는 몇 차례 우승문턱까지 갔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아직까지 우승을 하지 못했다.

올 들어서도 코로나챔피언십에서 2위,긴트리뷰트에서 3위를 했다.

김송희는 "이 코스는 거리보다 스마트한 공략을 해야 스코어가 난다는 코치와 캐디 말을 듣고 그대로 한 것이 주효했다"며 "2∼4라운드에서도 무리하지 않는 전략을 쓰겠다"고 말했다.

'국내파'이지만,세계랭킹은 가장 높은(9위) 신지애도 무난한 첫날을 보냈다.

1,2번홀 연속 버디를 포함해 버디 7개를 잡고 보기는 3개 기록하며 4언더파 69타를 쳤다.

선두권과 2타차의 공동 4위다.

한국선수들은 '신예' 3명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려 성공적으로 출발한 반면 베테랑 선수들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김미현(31·KTF)만 언더파 대열에 합류했을 뿐 박세리(31)는 3오버파,박지은(29·나이키골프)은 2오버파를 쳤다.

<에디나(미 미네소타주)=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