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인 A씨(40)는 올 들어 서울 강남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는 뉴스를 본 뒤 값싼 매물을 구하려고 인터넷 포털의 부동산 정보사이트에 접속했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 시세가 엄청 싸게 올라와 눈이 번쩍 뜨였다.

7억원 중반 정도로 예상한 86㎡(26평)형 새 아파트가 6억원 후반에 나와 있었다.

그러나 중개업소에 전화로 물어본 결과 A씨는 실망과 허탈감이 돌았다.

6억8000만원짜리 매물을 등록한 한 중개업소는 "매물이 이미 팔렸다"며 "가장 낮은 가격 매물이 7억5000만원에 나와 있는데 어떠냐"고 말했다.

6억9000만원짜리 매물을 올렸던 또 다른 중개업소도 "이미 다른 사람이 사갔는데 원하면 7억원 초반의 싼 매물을 구해주겠다"며 연락처를 요구했다.

A씨는 시간만 낭비했다는 불쾌감에 인터넷을 통한 집값 알아보기를 중단했다.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 허위 매물이 기승을 부려 실수요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중개업소들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있지도 않은 저가의 매물을 '미끼'로 올리는가 하면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을 위해 턱없이 높은 가격의 매물들을 인터넷에 조직적으로 올리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주의하지 않으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집을 사거나 원치 않는 매물을 억지로 소개받는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매물 절반 이상이 '허위'

허위 매물은 주로 중개업소들이 올린다.

실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에 매물을 등록해 이를 보고 '솔깃'한 수요자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 소비자단체로부터 입수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매물 가운데 허위 매물이 55.6%를 차지했다.

특히 서울지역에는 70% 이상이 허위 매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시세보다 값싼 매물을 등록해 수요자가 이를 보고 연락하면 "이미 팔렸다"며 다른 매물을 소개하든지,실제와는 다른 매물 사진을 올려놓는 식이다.

이 같은 허위 매물은 소비자들의 정보탐색비용 등 거래비용을 증가시키고 거래질서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또 중개업소와 지역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도 일고 있다.

올해 초 집값이 급등한 노원구에서는 주민들이 일부 중개업소에서 정상 시세 이하의 매물을 내놓고 있다면서 이들 업소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고,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시세를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우수중개업소'를 추천해 집중적으로 거래했다.

이 같은 갈등이 일자 부동산 정보제공 회사들은 지난 4월부터 한 달 동안 노원구 집값 조사를 중단키도 했다.

◆집주인들이 가격을 담합해 올리기도

최근에는 집주인들이 허위 매물을 올리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특정 아파트 주민들이 집값을 올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정상적인 시세를 크게 웃도는 매물을 등록하는 경우다.

부동산 중개업소가 아닌 개인도 몇 천원의 수수료만 내면 인터넷에 부동산 매물을 등록할 수 있는 허점을 이용했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부동산 거래 사이트인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경기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 79㎡(23평)형 매물 가격은 1억6000만~3억원으로 최고가가 최저가의 거의 배에 달한다.

최고가 3억원짜리는 모두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등록한 매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개업소들이 등록한 매물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은 2억3000만원이다.

비정상적인 가격대의 매물이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것은 영통구 일대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네이버의 모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집단적으로 '3억원 이상 가격으로 매물 등록하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 카페 게시판에는 '2000원 들여서 1억원 버는 길이다.

다들 하나씩 등록하자''3억원 이상의 매물이 등장하면 싸게 내놓은 사람들이 매물을 많이 거둬들일 것' 등 가격 담합을 부추기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현장 방문해 시세와 매물 확인해야

전문가들은 인터넷 허위 매물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장의 중개업소를 직접 방문해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자료를 확인해 해당 단지 및 주변의 정확한 시세를 파악해야 한다.

또 실제 주택 외관과 내부 등을 눈으로 보고 사진자료와 차이점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의 허위 매물을 발견했다면 서울의 경우 서울시청 대표번호(국번 없이 120번)로 전화해 상담원에게 신고하면 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인터넷 시세는 참고 정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며 "발품을 많이 파는 만큼 좋은 매물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