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덥다… 왜 이리 맛 없지?...여름 입맛 상실, 탄산음료·불면·흡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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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워지면서 뭘 먹더라도 도무지 입맛이 당기지 않는다고 투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봄에는 춘곤증으로 입맛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시사철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충분하게 공급되는 현실에서 딱히 맞는 얘기도 아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어느 누구에게나 조금씩 나타나는 입맛 떨어짐 현상은 한두 가지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다.
어느 사회평론가의 주장대로 먹을 것이 넘쳐나고 항상 배가 불러 있으니 무엇을 먹어도 맛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답일지 모른다.
먼저 입맛이 떨어진다는 것은 미각이 감퇴된다는 것과 차이가 있다.
전자는 미각신경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식욕감퇴다.
반면 미각 저하는 말 그대로 어떤 이유로든 미각신경에 장애가 생겨 맛을 잘 못 느끼거나 맛을 구별하는 능력을 잃은 상태를 말한다.
여름철에 입맛이 떨어지는 이유는 땀을 흘린 뒤 물을 많이 마시면서 이른바 물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이리되면 포만중추가 작용해 배고픔을 잊게 된다.
염분 배출이 많은 상황에서 염분이 없는 맹물이나 탄산음료로만 수분을 보충하다 보니 체내 미네랄 불균형으로 무력감과 피로감이 지속되는 것도 입맛을 잃게 하는 원인이다.
더욱이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당분 섭취가 신속하게 이뤄져 공복감을 없애주기 때문에 입맛이 더 떨어질 수 있다.
더위로 잠을 설쳐 생긴 피로가 입맛을 잃게 하기도 한다.
아프거나 불면증이나 우울증에 빠지면 침 성분이 일시적으로 변해 식욕 저하 가능성을 높인다.
폭염으로 인해 몸이 덥다 보면 아무리 맛있더라도 끓여서 뜨겁게 먹는 음식이라면 일단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여름에는 몸 밖은 더운데 상대적으로 몸 안은 냉한 상태가 되므로 자꾸 차가운 것만 고집하면 배탈이 나게 된다.
따라서 여름에는 삼계탕 추어탕 등의 보양식으로 이열치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은 아니다.
평소 열이 많고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 체질인 데다 원기가 충만한 사람은 굳이 삼계탕과 같은 열성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지방간 등이 있으며 뱃살 나온 사람도 보양식에 접근금지다.
입맛 떨어짐과 달리 미각감퇴의 이유는 노화와 각종 질병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혀의 노화로 미각이 서서히 감소한다.
맛을 느끼는 3000∼1만개 미뢰의 미각세포는 45세를 전후해 감소하고 퇴화하면서 미각이 둔해진다.
무엇보다 짠맛과 쓴맛에 대한 미각이 가장 많이 떨어진다.
노인들이 음식을 짜게 요리해서 먹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침 분비가 감소해도 미각이 떨어진다.
폐경 여성은 호르몬의 변화로 침이 말라 입안이 쓰리거나 화끈거리면서 미각장애를 보일 수 있다.
흡연과 불량한 구강 상태도 미각을 둔하게 한다.
노인의 경우 입과 혀가 건조해지는 구강건조증에 걸려 미각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안구 구강 질 등이 건조해지고 만성 염증이 나타나는 쇼그렌증후군은 방치하면 심각한 미각장애를 유발한다.
또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등으로 장기간 약을 복용하면 미각세포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연이 몸 밖으로 배설돼서 입맛을 잃게 된다.
무더위에 입맛을 살리려면 규칙적인 생활이 가장 중요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장시간의 야외활동을 삼가되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일정한 주기로 더위를 피해 몸을 식히고 이온음료를 마시는 게 좋다.
또 실내에서 에어컨을 너무 시원하게 켜두고 환기도 하지 않으면 두통 근육통 미열과 함께 식욕이 감퇴하므로 실내외 온도가 4∼6도 이상 차이 나지 않게 조절한다.
양치질을 자주 한다.
이때 부드러운 칫솔이나 긁게로 혀를 닦아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욕감퇴나 미각장애가 나타나면 다른 질환이 없는지 진료를 받아보고 필요하다면 비타민B12나 아연 등 미각을 되살려 주는 영양제를 보충해줄 필요가 있다.
< 최민규 한림대 교수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