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현정의 스타일 톡톡] '신상녀' 신드롬...집보다 좋고 애인보다 간절한 그녀들의 '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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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반지보다 구두."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 분)는 그녀의 애인 미스터 빅에게 주얼리 슈즈로 프러포즈를 받고 행복해 한다.
250억원짜리 펜트하우스에서 500켤레가 넘는 구두를 진열할 수 있는 슈즈룸을 갖고 싶다고 말하는 캐리.
이 영화는 뉴욕 맨해튼을 무대로 한 패션쇼와도 같다.
1990년대 후반에 등장,최신 소비 트렌드인 '신상녀'의 원조가 된 캐리 브래드쇼가 다시 영화로 돌아왔다.
부정적인 아이콘 '된장녀'(명품에만 집착하는 여성)에서 긍정적인 호감형 아이콘 '신상녀'(트렌디한 신상품을 선호하는 여성)로의 트렌드 변화를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에게서 찾아봤다.
서울에서 캐리 브래드쇼로 사는 법
영화 속 캐리가 입은 의상은 80여벌,4명의 주인공이 입은 의상은 300여벌.그 중 프러포즈 때 캐리가 선물로 받은 마놀로블라닉 구두(900달러대),영화 속 캐리의 전용 구두와도 같았던 디올의 글라디에이터(450~3000달러대)는 벌써 대기자 리스트를 작성해야 할 정도.영화 속 '잇백'(it bag·최신 유행 가방)들은 매우 다양하고 트렌디하다.
캐리의 비서 루이스에게 준 루이비통 '모노그램 모타르 파이어버드 백'(5000달러대),오프닝 장면에서 새 아파트를 둘러볼 때 들었던 타미우즈의 '에펠탑 백'(3000달러대),캐리의 결혼식 때 그녀의 휴대폰을 담아두었던 주디스 리버의 '스트로베리 컵케이크 클러치'(4000달러대),사만다가 친구들을 만날 때 들고 나오는 펜디의 '레드 빅백'(1600달러대) 등.
의상은 또 어떠한가.
영화 도입부에서 캐리가 입은 인상적인 핑크 스트라이프 셔츠에 화이트 조끼,팬츠는 랄프로렌 슈트(1700~2500달러),보그 화보 촬영을 위해 입었던 비비안 웨스트우드 드레스(2만3000달러대)….
머리에서 발끝까지 '캐리 스타일'의 견적은 1000만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정도.따라서 글을 쓰는 인기 칼럼니스트라는 직업만으로 서울에서 캐리처럼 살기란 불가능하다.
서인영과 캐리의 신상녀 신드롬
최근 신상녀 신드롬으로 인해 서인영과 캐리의 패션 사랑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첫째, 애인보다 구두를 더 좋아하는 '슈어홀릭'이라는 것.방송 프로그램 '카이스트'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몇백 켤레의 신발을 보여줬던 서인영과 방세 낼 돈은 없어도 500달러짜리 구두는 사야 하는 캐리.
둘째, 스타일에 살고 스타일에 죽는다.
그들은 목장,시골,기차 어느 곳이든 TPO(시간·장소·때)에 상관없이 늘 세팅된 옷과 신발,헤어스타일을 유지한다.
뾰루지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택시비가 없어도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을 10㎝ 넘는 하이힐을 신고 꿋꿋하게 잘 걸어간다.
하지만 캐리를 단순히 새로 나온 제품을 쇼핑하는 '신상녀'나 명품 브랜드에 탐닉하는 '명품녀' 부류로 규정하긴 어렵다.
그는 패션지에 칼럼을 기고하고 파티에 초대받는, 인정받는 '패셔니스타'다.
패션은 그의 일이자 삶의 일부이고 인생 자체인 것.그에게 스타일은 '소울 메이트'와도 같다.
패션은 육체적 만족을 줄 뿐 아니라 정신적 지주가 된다.
최상의 디자이너들이 감각과 솜씨를 모아 만든 명품은 매혹적이다.
좋은 제품,멋진 디자인에 맞는 고가의 돈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캐리처럼 능력의 한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명품 쇼핑은 '된장녀'나 '명품녀'라는 이름으로 그 타당함 여부를 논할 필요가 없다.
자존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것,내 영혼을 위한 옷을 입는 것,캐리가 이 시대 스타일 아이콘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브레인파이 대표·스타일 칼럼니스트 www.cyworld.com/venus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