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미드'(미국 드라마)로 세계적인 인기를 끈 '섹스 앤 더 시티'가 지난 5일 영화로 개봉되면서 뉴요커의 삶이 주목 받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화려한 패션과 일상이 젊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유행의 교과서가 되면서 뉴요커들이 즐겨 마시는 와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와인 '리제르바 듀칼레(Riserva Ducale)'는 '뉴요커의 와인'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와인 전문지 '와인 앤드 스피릿'은 지난 4월호에서 '미국 레스토랑에서 가장 유명한 이탈리아 와인'으로 선정했고 '와인 스펙테이터'도 '뉴욕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와인'으로 꼽은 바 있다.

영화와의 인연도 깊다.

지난해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도 뉴욕을 배경으로 한 주인공의 일상 속에서 여러 차례 등장했다.

영화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뉴욕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트라이베카 그릴'에서 하우스 와인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와인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다.

1890년 이탈리아 북서부 아오스타 지역의 한 공작(duke)이 로마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길에 토스카나 지역의 와이너리 루피노에 들렸다.

공작은 와인저장고에 있는 몇몇 와인을 시음한 후 맛에 반해 그 와인들을 자신에게만 공급할 것을 요청했다.

성지순례를 갔다 돌아올 때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와인통에 '공작을 위해 예약된 와인(Riserva Ducale·영어로 Duke's Reserve)'이란 문구를 표기했는데 이것이 지금의 와인 이름이 됐다.

듀칼레(ducale)는 '공작'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듀카(duca)의 형용사다.

이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 루피노는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해 있다.

1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85개국으로 와인을 수출하고 있다.

1877년 설립 후 4년 만인 1881년에 밀라노 전시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고，1895년에는 프랑스 보르도 와인품평회에서 프랑스 와인을 제치고 금메달을 수상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유명세에 비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기대에 못 미치는 편이다.

와인 스펙테이터는 1997년 빈티지에 88점을 줬고 2000년 빈티지에는 그보다 낮은 85점을 줬다.

리제르바 듀칼레는 토스카나의 주요 포도품종인 산지오베제(90%)에 콜로리노，카베르네 소비뇽，메를로 등을 10% 블렌딩해 만들었다.

루비색을 띠며 부드러운 타닌과 농익은 과일의 느낌이 인상적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2004년 빈티지가 판매되고 있다.

가격 5만4000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