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현지르포] 한국 뭉칫돈 美부동산 "쇼핑중"
한국의 뭉칫돈이 또 다시 미국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미국 경기가 서브프라임 여파로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자 이를 투자 적기로 판단한 개인과 기업들이 로스앤젤레스(LA) 등 미 서부지역 일대 부동산 매입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투자 대상도 오피스 빌딩이나 호텔 쇼핑몰 골프장 등으로 대형화되면서 투자금액도 건당 1000만달러를 훌쩍 넘고 있다.

27일 LA지역 한인 은행 등에 따르면 최근 고가의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1000만달러 이상을 대출해줄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한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실제로 전직 공무원 출신으로 서울 강남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LA를 방문,1500만달러 안팎의 오피스 빌딩을 구입하기 위한 시장 조사를 벌였다.

또 다른 중견기업 사장 B씨는 1500만~3000만달러를 투자,LA 인근에 있는 골프장을 인수하기 위해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다.

한인 은행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의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투자 금액의 절반을 한국에서 가져오고 나머지는 현지 은행에서 대출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주체도 개인 재력가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이나 병원 대학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LA 현지르포] 한국 뭉칫돈 美부동산 "쇼핑중"
이미 고려대 서강대 충북대 등이 캘리포니아 지역에 분교를 내는 방안과 함께 건물 매입도 추진 중이다.

서울대병원도 올해 안으로 LA 지역에 건강검진센터를 열 계획이다.

한 교포 은행 관계자는 "LA에 지사를 둔 중소기업은 200여곳이 넘지만 실제 영업을 하는 곳은 50곳 안팎에 불과하다"며 "지사는 명분일 뿐 실제로는 부동산 투자가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에 대한 투자 붐이 일 조짐을 보이면서 우림 신영 월드 등 국내 중견건설사들도 잇따라 LA 한인타운에서 주상복합 등 부동산 개발사업에 나서고 있다.

신영은 LA 한인타운 내 40층 규모의 초대형 주상복합 건물을 짓기 위한 부지매입을 마친 상태며,현대건설도 지난 3월 현지 부동산 개발업체인 GED사와 LA한인타운 부지에 현지교포 및 한국인 투자자들을 타깃으로 한 18층 400여가구 규모의 대규모 주상복합빌딩 건설에 참여하기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간 300만달러로 묶어놨던 투자목적의 해외부동산 취득 한도를 정부가 지난달 폐지한 것이 부동산 매입 열풍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미국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찍고 있다는 판단과 맞물리면서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 부동산업체 워렌마쿠스의 임란희 대표는 "1000만달러를 쇼핑센터에 투자할 경우 세금을 제외하더라도 연간 수익률이 6%가 넘는다"면서 "세제 혜택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감안하면 투자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미 서부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모기지를 갚지 못한 차압 주택이 급증,매물이 쏟아지면서 1년 사이에 30%나 폭락했다.

LA타임스는 지난 5월 캘리포니아에서 거래된 주택의 평균 가격이 2004년 2월 이래 최저 수준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교외주택의 가격은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도심의 아파트나 오피스 빌딩 가격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스앤젤레스=이심기 기자 sglee@hankyu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