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호법이 오는 7월1일로 시행 1년을 맞지만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도입됐지만 일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긍정적 효과에 비해 비정규직의 집단해고와 외주화의 양산,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훨씬 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곳곳에서 갈등 증폭

비정규직보호법은 비정규직을 2년 이상 사용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과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시정제도가 핵심이다.

이 중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은 산업현장 곳곳에서 노사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기업주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기간이 2년도 되기 전에 미리 대량해고를 하거나 집단 외주화에 나서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이랜드 사태의 경우 사측이 비정규직법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 해지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사실상 해고하고 계산원 업무를 외주화한 게 대표적이다.

실제 한국경총이 285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해 27일 발표한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이 기업인력운용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39.7%가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인해 비정규직 채용 규모를 감소시켰다.

반면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정규직 임금 동결을 전제로 개인금융서비스와 사무직군 등 분리직군제를 도입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외환은행과 산업은행,기업은행 등도 노사 합의로 비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고 복리후생도 정규직 수준으로 대폭 개선했다.

◆7월부터 차별시정제 확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 등은 지난해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고 차별시정제도는 오는 7월1일부터 상시근로자 100~300인 미만의 중견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차별시정제는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부문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고 100인 미만 사업장은 내년 7월에 시행된다.

이번에 새로 적용되는 100~300인 사업장은 8700여개소(44만4000명)이다.

차별시정제는 사업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에 대해 계약직이란 이유로 임금과 근로시간 등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장에서 차별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당초 우려와는 달리 크지 않다.

차별을 받더라도 해고불안을 느끼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시정을 신청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 필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처럼 경직된 비정규직 보호법으로는 오히려 해고만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보완책으론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파견근로 업종의 전면 확대,4대보험 적용 확대 등이다.

또 무분별한 외주화를 막고 비정규직을 고용한 중소기업 등에 대해 세금과 4대보험을 감면해 주는 등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임금인상의 요인이 생겼을 경우 인상분의 30만원까지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고 10인 이하 사업장이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그동안 미납한 금액과 함께 가입 후 1년간 보험료를 면제해 주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김동욱 기자 upyks@hank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