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 늘고 평화롭게 진행

정부의 장관고시 이후 촛불집회가 연일 격렬해지는 가운데 27일 밤부터 28일 새벽 거리시위는 비록 긴장감이 감돌면서도 25-26일과는 달리 대체로 평화 기조를 유지했다.

경찰은 28일 오전 2시께 시위대에 해산을 종용하는 경고방송을 잇따라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강제 진압에 나서지 않은 채 시위대와의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큰 충돌 없으나 긴장은 계속 = 이날 집회는 초반부터 경찰이 전경부대를 전진배치하고 살수차를 여러 대 동원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게속됐다.

특히 경찰은 전날 집회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출입문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자 지금까지와 달리 세종로 사거리에서 300여m 가량 내려온 서울시의회 앞에서 '방어전선'을 형성했다.

이 때문에 집회 초기 시위대 사이에서는 경찰의 '조기검거작전' 소문이 도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결국 큰 충돌은 없었다.

◇ 시민참여 늘어 = 이날 집회에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과 퇴근길 직장인들, 하이힐을 신고 나온 젊은 여성, 50대 장년층 등 일반 시민이 많았다.

경찰과 본격적인 대치가 시작된 뒤에도 시위대 뒤편에서는 가족과 연인단위로 참석한 시민들이 도로 곳곳에 자리를 펴고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이명박은 물러가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 구호를 따라 외쳤다.

또 국민대 3학년 최모(23)씨는 시위대 한 가운데 중고교에서 사용하는 책상을 가져다 두고 촛불을 밝힌 채 공부하는 퍼포먼스를 펴기도 했다.

◇ 경찰 방송차량으로 '미란다원칙' 고지 = 경찰은 오후 9시께부터 방송차량을 동원해 "오늘부터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하겠다.

책임자를 반드시 검거해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방송을 여러 차례 내보냈다.

특히 경찰은 "자진해산하지 않으면 도로교통법 및 집시법 위반으로 검거하겠다"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미란다원칙을 차량방송을 통해 고지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방송을 통한 미란다원칙 고지가 유효한 것이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 행정안전부 장관 집회현장 방문 =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날 오후 10시께 집회현장을 방문했다가 이를 알아본 시민들의 제보에 따라 언론과 '즉석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즉석인터뷰에서 "(쇠고기 협상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데 이렇게 한다니 직접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것인가, 시민들이 모여서 정치를 하자는 건가.

시민들은 (정부에) 맡길 것은 맡겨야 하고 정부에 시간을 줘야한다"고 말한 뒤 곧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졌다.

◇ 격앙된 시위대, 취재진에 민감 = 시위 초반 분위기가 격앙되면서 시위대의 언론매체 취재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27일 오후 11시께 태평로 조선일보 건물 앞에서는 시위대 수십여명이 시위대를 촬영하던 한 공중파 방송 카메라기자를 둘러싸고 촬영을 못하도록 막아섰으며 일부는 카메라를 밀치고 욕설을 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시위대는 방송카메라나 취재수첩을 든 기자들을 발견할 때마다 소속 언론사가 어디인지 물어보면서 조선.중앙.동아일보 소속 기자인지를 확인하는 등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 '기름냄새' 플라스틱병에 한때 긴장 = 이날 시위에서 차벽 대신 시위대와 전경이 직접 맞닿아 대치하면서 곳곳에서 몸싸움이 빚어졌다.

특히 오후 10시30분께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전경들이 인도위까지 올라와 통행 차단을 시도하자 시민들이 크게 항의했으며 이 와중에 어디선가 플라스틱 물병이 날아와 전경들 쪽으로 떨어졌다.

물병에서는 투명한 액체가 흩날려 시위대와 전경 위로 떨어졌으며 이 액체에서 역한 기름냄새가 나자 시위대와 경찰측은 서로 상대편에서 날아온 물병이라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 야당 의원 집회 참여 = 천정배, 김부겸 의원 등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0여명은 촛불시위대의 맨 앞에서 전경들과 마주한 채 강경진압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시위대와 함께 구호를 외치며 평화시위를 보장해줄 것을 촉구했으며 시민들은 의원들의 동참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민주당이 똑바로 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냐"며 이들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