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문을 두드리는 둔탁한 노크 소리가 한적한 여름별장의 적막을 깨운다.
청혼을 거절당한 제임스(제임스 호이트)와 그의 연인 크리스틴(리브 타일러)이 문을 열자 얼굴에 마스크를 쓴 소녀가 "타마라 있어요?"라는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사라진다.
이후 끊이지 않는 노크 소리는 어느새 오금을 저리게 하는 공포로 바뀐다.
'노크:낯선자들의 방문'은 고립된 공간 속에서 고요함을 깨는 소리들이 얼마나 무섭게 느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다.
노크 소리는 물론 바람에 흔들리는 그네나 삐걱거리는 창문 등 일상적인 것들이 신경을 자극한다.
꼭 무시무시한 살인마가 잔인한 칼질을 해대고,보기만해도 겁나는 귀신이 주위를 휘젖고 다니지 않아도 공포감은 극에 달한다.
여기에 가면을 쓴 낯선 사람들까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 관객들은 어느새 영화 속 주인공이 돼 가슴을 졸이게 된다.
이처럼 감정 이입이 가능하게 된데는 리브 타일러의 리얼한 연기가 큰 몫을 했다.
얼마 전 개봉된 '인크레더블 헐크'에서도 얼굴을 내비친 그는 '반지의 제왕'에서 보여준 요정 이미지를 확실히 내던져버렸다.
그러나 끝맺음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단순한 사이코들로 보기에는 낯선자들이 보여준 행동이 너무나 신출귀몰했기 때문.특히 총을 가진 제임스가 어이없이 당하게 된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낯선자들의 실체는 상상력의 몫으로 돌리는 게 나을 뻔했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결말을 만들어 냈다면 앞선 공포들이 보다 깊은 여운으로 남았을 것이다.
7월3일 개봉.15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