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라 6월부터 9월까지 비가 내리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

10여년 전 같으면 7월에는 장마,9월에는 태풍으로 집중호우가 오면서 이 기간에만 습도가 높았지만 근년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마치 아열대국가의 우기처럼 4∼5개월 동안 비가 오면서 전반적으로 습기가 높아진 기후를 많은 사람들이 실감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관절염 환자에겐 최악의 상황이다.

높은 습도는 그만큼 고통의 시간을 늘리기 때문이다.

올해로 칠순을 맞이한 이정숙 할머니는 비만 오면 온몸이 은근히 쑤시는 통에 요즘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한다.

그간 자식들 마음 고생할까봐 내색도 안하고 참아왔지만 그럴수록 자꾸만 악화되는 것 같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게다가 과거에는 한 달 정도만 참으면 됐지만 최근에는 지루하게 이어지는 흐린 날씨 탓에 고통을 절감하는 기간도 늘어났다.

대체로 습도가 높고 외부 온도가 낮으며 저기압일 때 관절염의 통증은 악화된다.

관절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압력을 느끼는 조직과 신경이 더욱 예민해져 있어 기압의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통증을 느끼게 된다.

활동할수록 통증이 심해져 밤이 되면 더욱 고통스러워지기도 한다.

관절염 환자들은 장마철에 평소보다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므로 운동 등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장성호 한양대 구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장마철 관절통증 완화를 위해 가장 좋은 게 운동"이라며 "맨손체조 스트레칭과 같이 온 몸의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는 것부터 시작해 관절에 부담이 적은 걷기 수영 자전거타기 등으로 넓혀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비가 오더라도 실내에서 이 같은 운동을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관절이 쑤신다고 집에만 있게 되면 활동량이 줄어 근육이 위축되므로 좋지 않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아프고 결린 부위를 온찜질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온찜질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관절에의 영양공급을 원활하게 한다.

온욕요법도 통증을 경감시켜 준다.

목욕물은 체온보다 약간 높은 섭씨 40도 정도로 맞추고 약간 땀이 날 때까지 15분간 욕조에 있는다.

통증이 크지 않다면 물 속에서 관절을 굽혔다 폈다를 반복해준다.

다만 이런 처방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지현 부산 메리놀병원 류마티스내과 과장은 "온찜질이나 온욕 등의 효과는 일시적인 것으로 관절염이 심하거나 말기인 경우에는 적극적인 약물치료나 정형외과적인 인공관절수술 등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한다.

최희정 을지대병원 교수는 "통증을 느끼면 무조건 참지 말고 장마철처럼 통증이 심해질 때에는 적절한 진통소염제를 복용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며 지나친 냉방을 삼가고 관절을 구부리고 앉는 자세를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순 한양대 구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지금처럼 비가 자주 올 때면 관절염 환자 중 치료 목적으로 동남아 등 기후여건이 좋은 외국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많다"며 "휴가지에서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현상은 그 때뿐이어서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익경 한국경제TV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