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채 < 고려대 겸임교수·정치학 >

시설이 낙후돼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어졌고,또 최근에 불능화 조치로 '제갈량의 목상(木像)'으로 전락한 북한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이 폭파됐다.

핵 위기의 상징이 이제 핵 해결의 상징으로 변화됐다고 야단들이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 규정을 어기면서 가동한 영변 원자로 시설은 위법적인 구조물임에 다름 아니었다.

북한은 위법적인 구조물의 가동과 폭파로 식량,에너지,폭파비용,심지어 중계료까지 챙겨갔다.

또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될 것이고 적성국 교역금지법 적용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문제는 또 있다.

북한의 8개월 늦은 핵신고서에는 2차 핵위기의 핵심이었던 농축우라늄 프로그램과 함께 핵무기 수,시리아와의 핵 협력설을 제외한 것은 물론 그동안 추출한 플루토늄의 양까지도 부정확하게 신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누가,어떻게,언제까지 북한의 신고서를 속 시원하게 확인할 것인가.

핵보유국 북한의 속셈은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어물쩍 핵 보유국의 지위를 보장받으면서 과거의 핵경력 삭제 대가로 수십억달러의 원조와 경수로 건설,그리고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얻는 것이다.

성조기가 평양 시내에 펄럭이는 것 대신 평화협정을 통해 얻는 북·미 관계 개선이 목적일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는 누구를 겨냥하는가.

전쟁의 최대 피해자요 당사자인 우리를 배제한 평화협정이 있을 수 있는가.

가만히 앉아서 또다시 비용만 제공할 것인가.

우리는 이미 무용지물이 된 금호지구 경수로 건설비용으로 11억4000만달러를 낭비했으며 지난 7년 동안 햇볕비용으로 식량과 비료지원금만 4조원을 썼다.

이명박 대통령은 외교도 내치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더욱이 세계화시대에는 더욱 그렇다는 생각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우리는 60년 넘게 북한을 상대해 왔기 때문에 어떤 나라보다도 북한을 잘 알면서도 북핵 해결과정에서 단지 물주(?)였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북핵 문제의 주도자는 될 수 없지만 적어도 직접적인 당사자는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먼저 미국과 정보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한·미 동맹의 균열이 나타나면서 미국은 북핵 정보에 대해 제한적으로 변한 감이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 공조의 복원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정보의 공조,확대를 바탕으로 전략과 전술을 협의하여야 한다.

중국과 맺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제 한ㆍ중 간에는 쌍무적 관계를 넘어 다각적인 전략을 협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확보하고 유지,발전시키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비핵개방 3000'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라면 대통령은 우선 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지지와 협력을 구해야 한다.

일방적인 정책 홍보가 아닌 쌍방향의 정책 공감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 대해서 강요와 조급함을 가져서는 안된다.

북한이 우리가 추진하는 북핵 해결방안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미 관계가 불편할 때의 통미봉남(通美封南)과 한·미 공조가 복원되고 강화되는 과정에서의 통미봉남은 분명히 다르다.

이제는 북한도 과거 정부 대하듯 이명박 정부를 자기들 뜻대로 좌지우지하지 못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자세만 있으면 된다.

끝으로 외교는 단시간 내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원칙이 분명하고 목표가 뚜렷하다면 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를 위한 토목공사만 잘 해도 큰 몫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