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최적 체온이 뇌에서 결정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김재섭 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초파리가 주변 환경의 온도에 따라 체온을 결정하는 과정이 뇌에서 이뤄지며 이때 체내 화학물질인 'cAMP(cyclic adenosine mono-phosphate)'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또 사람의 체온조절이 뇌 내 시상하부에서 이뤄지는 것처럼 초파리에서는 이런 기능을 신경 다발이 양송이 모양으로 뭉쳐 있고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버섯체(mushroom body)'에서 담당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연구결과는 뇌가 체온 조절에 직접 관여한다는 것을 처음 밝힌 것으로 세계적 과학학술지인 '네이처' 30일자에 '금주의 주요 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초파리 뇌 버섯체에서 cAMP의 농도를 높이면 'PKA'라는 효소의 활성이 증가하면서 체온을 높이도록 하는 신호가 나오고 반대로 cAMP의 농도를 낮추면 체온을 낮게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동물의 체온 결정 메커니즘뿐만 아니라 한류성 및 난류성 어종 간의 수온 선호 차이,철새들이 최적의 온도를 찾아 계절마다 이동하는 이유 등을 밝혀내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며 "가설적으로 사람의 최적체온(기초대사량)을 1도 안팎에서 높고 낮게 결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발견한다면 비만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