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류.유통 등 소비재 산업에 끊임 없는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홈플러스의 홈에버 전격 인수 등 상반기 M&A 열풍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소비재 분야의 M&A는 내수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성장 정체와 실적 부진을 딛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활발한 M&A

올 상반기에는 이랜드 계열의 대형 마트 홈에버가 경쟁사인 홈플러스로,'써즈데이 아일랜드' 브랜드를 보유한 지엔코는 가전유통업체 큐로컴으로,'제임스 딘' 등 속옷업체인 좋은사람들은 의류업체 이스트스타어패럴로 넘어갔다.

롯데제과는 해외로 눈을 돌려 벨기에 명품 초콜릿업체 길리언을 인수했고 동원그룹은 30일 미국 최대 참치캔 업체 스타키스트를 365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또한 기린(제빵) 바이더웨이(편의점) 더페이스샵(화장품) 한섬(패션) 등도 M&A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기린이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어 식품업체 6~7곳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데 가격 등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국계 사모투자펀드(PEF)가 대주주인 바이더웨이,더페이스샵 등은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웅진식품의 음료 부문과 에비앙 생수를 판매하는 프랑스계 다농 등도 한때 M&A설이 나돌았다.

또 유가 급등,경쟁 격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형 택배업체들에도 M&A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세덱스 로젠택배 동부익스프레스 등이 업계에서 매물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성장 정체'vs'성장 동력'

소비자들과 직접 접점을 갖는 소비재 산업은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이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M&A는 해외시장 공략과 함께 유일한 탈출구인 셈이다.

신규 진출 업체에는 M&A가 진입 장벽을 쉽게 뛰어넘을 기회이고 기존 경쟁 업체들에는 경쟁자를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는 효과가 있다.

경쟁 격화로 업계 3~4위권 이하 업체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것도 M&A가 활발한 이유의 하나다.

대형 마트 4위인 홈에버가 경영난으로 결국 매각됐고 제빵업계 3위인 기린이 매각을 추진하게 된 것도 업계 1,2위가 아니면 생존이 힘겨워진다는 방증이다.

반면 이 부문 대기업들은 보유 현금이 많아 언제든 기업 사냥에 나설 여건을 갖추고 있다.

롯데 CJ 등은 오랜 기간의 흑자 경영으로 축적한 수조원대 현금 동원 능력을 토대로 2000년대 들어 10여개 업체를 인수했고 여전히 M&A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농심도 3000억원의 보유 현금을 바탕으로 기업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M&A가 성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며 성공 가능성도 크지 않다.

기업 가치에 비해 몸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노은정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 부장은 "성장동력 확충 차원에서 M&A는 매력적인 수단이지만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거나 가격이 비싼 매물은 기존 사업에까지 타격을 줘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재혁/김진수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