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황제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사진)이 지난 27일(현지시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날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컨퍼런스룸에서 800여명의 임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퇴임식을 가졌다.

1시간여 동안 임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지난 33년간의 꿈과 회한을 들려준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이슬처럼 맺혔으며 목이 메이기도 했다.

게이츠 회장은 '회사 창립 이후 가장 큰 실수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큰 변화를 읽지 못하고,탁월한 인재들을 그 변화에 투입하지 못하는 게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그런 실기가 여러번 있었다. 실기하는 일이 적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인터넷 검색시장과 인터넷 광고시장에서 구글에 뒤진 뼈아픈 실수를 꼽았다.

그는 "가장 큰 실수는 소프트웨어의 미래 발전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조기에 대응하지 못했을 때 찾아온다"며 "늦었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3~4년간의 격차가 난다"고 강조했다.

"3~4년만 일찍 인터넷 검색시장과 광고시장의 중요성을 간파했다면 (구글을) 역전하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게이츠 회장은 하지만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사람들이 마이크로소프트를 평가절하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가 실수를 한다는 얘기는 맞다. 우리도 안다. 그러나 우리는 실수에서 배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탁월한 업적들이 바로 그런 결과"라고 밝혔다.

컴퓨터 운영체계(OS) 시장을 놓고 '윈도즈'로 한때 사업파트너였던 IBM의 'OS2'와 경쟁해 끝내 이긴 일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비교했다.

그는 회사와 임직원들에 대한 변치않는 사랑도 확인했다.

"내 인생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는 위대한 일들을 생각하지 않고 보낸 적이 단 하루도 없다"면서 "내 인생의 전부는 소프트웨어 개발이었고,그 과정에서 놀라운 능력을 가진 똑똑한 인재들과 함께 일한 게 너무 좋았다"고 술회했다.

또 "언제라도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차를 몰고 사무실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회사의 성장전망에 대해서는 "중요한 것은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더 빠르고 유연해지는 것이다. 회사 규모가 곧 두 배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하버드대 동창인 스티브 발머에게 회장직을 물려준 게이츠 회장은 앞으로 세계 최대 자선단체인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활동에 주력하게 된다.

회사 일은 비상근 회장직을 유지한 채 가끔씩 파트타임으로 돌보기로 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