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弗 넘을땐 석유배급제ㆍ유류세 인하 검토

국제 유가가 연일 폭등하면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가 배럴당 140달러 선을,두바이 원유가 130달러 선을 각각 돌파하자 정부는 '원유 수급이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전제 아래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으면 자가용 5부제 운행,유통업체 영업 시간 제한 등 민간 영역에 대한 강제적인 에너지 절약 조치에 들어가고,170달러를 넘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석유배급제 실시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 에너지 이용 합리화 계획도 다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정부 주말 반납…'대책회의'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8일 재정부 대회의실에서 강만수 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 장관 회의를 열어 '고유가 대응 비상조치 계획(contingency plan)'을 논의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준비하라"고 언급했던 '기준 유가 150달러'마저 가시권 내에 들어온 상황에서 주말이라는 이유로 회의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회의에서 장관들은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배럴당 150달러에 이르면 1단계,170달러까지 오르면 2단계 비상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또 수급 여건에 따라 고유가이지만 수급에 문제가 없는 경우와 고유가에 수급 차질까지 빚어지는 경우로 나눠 총 4가지 시나리오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석유배급제까지 검토



장관회의에서 논의된 대책들을 보면 정부는 우선 1단계 비상조치 상황(두바이유 배럴당 150달러 돌파)이 오면 공공부문 차량 운행 제한과 냉ㆍ난방 및 조명 사용 조절을 통한 에너지 절감을 시작하고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에너지 절약을 권고하는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여기에 중동 정세의 악화 등으로 석유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자가용 강제 5부제 실시 등 민간 부문에 대한 에너지절약 대책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2단계 비상조치 상황(두바이유 170달러)을 맞게 되면 유흥업소 골프장 등의 에너지 사용 제한,가로등ㆍ옥외조명 제한 등의 조치가 뒤따르고 서민생활 부담 완화를 위해 휘발유 경유 LPG 등에 대한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 같은 초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 수급까지 차질을 빚을 경우 보다 강도 높은 대책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지역난방 제한 공급,비축유 방출,전력 제한 송전 등이 활용 가능한 수단으로 거론됐다.

최악의 경우 석유배급제를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1990년 걸프전 발발 당시 실시했던 석유 제품 최고가격제(석유제품 가격 상한선을 정하고 정유사 손실분을 국가가 보전하는 제도)는 검토 대상에서 빠졌다.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는 각종 대책들과 모순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에너지합리화 대책도 '급물살'


그동안 부처 협의가 지지부진했던 에너지 이용 합리화 대책들도 지금처럼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른다면 다시 빛을 볼 가능성이 크다.

고유가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에 대비해 근본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휘발유 산소 함량 최소 하한선 규제를 대폭 낮춰 외국산 저가 휘발유 수입을 유도해 기름값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환경보전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반대 입장을 보여 현실화되지 못했다.

경유차에 부과되는 환경개선부담금을 폐지하는 문제도 지식경제부와 환경부 사이의 이견으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지경부는 또 지난달 연비 1등급 차량에 대해 경차처럼 개별소비세 취득세 등록세 등을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이번에는 재정부의 반대로 일단 덮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