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차를 얻어탈 기회가 있었다.

중간에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 안녕하세요.

그럼요.

고맙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렇죠.잘 되셔야죠….그런데 제가 요새는 인사에는 전혀 관여를 하고 있지 않아서요….그럼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잘 알겠습니다.

예.예.잘 들어가십시오."

대략 5분여 정도? 그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고 대답도 짧았다.

듣지 않아도 대강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아 그냥 지나치려 했다.

미안했는지 그가 먼저 통화 내용을 설명했다.

"하루에도 이런 전화가 얼마나 오는지….그냥 끊어버릴 수도 없고….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수밖에 없지요.

빨리 공기업 인사가 끝나든지 해야지 원."

오죽했으면 저런 말을 할까 싶었다.

그후 며칠 있다가 우연히 한 기업의 고위 임원을 만났다.

최근 인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난 그는 "새 정부가 해도해도 너무 한다.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그 언저리에 있는 기업들의 자리까지 다 해먹으려 한다.

코드인사를 한다고 욕먹었던 노무현 정부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현 정부를 성토했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파열음이 도(度)를 넘어서고 있다.

한쪽에서는 '공공기관 물갈이'의 틈을 타서 낙하산을 타려는 인사들의 로비가 극성이고,한쪽에서는 이 때문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이런 식으로 시끄럽고 말많은 인사를 왜 서둘렀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평소 흉금을 터놓고 지내는 한 관료는 "공공기관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제대로 된 인사를 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곤란하다"며 "아예 외국인을 개혁의 수장으로 영입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히딩크 감독이 학연ㆍ지연에 얽매이지 않은 인선으로 한국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이끈 것처럼,일본의 공공부문 개혁전문가인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학 교수 같은 사람을 영입해 공공기관 개혁을 맡기는 방법도 생각해 봄 직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공공기관장 인선은 절반도 못했고 공기업 선진화는 착수 시기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난제를 푸는 방법도 귀담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박수진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