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임단협' 투쟁 메뉴에 '쇠고기' 추가

현대차,기아차,GM대우차 등 금속노조 산하 노조가 임단협 총파업을 가결함에 따라 산업현장이 또한번 파업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이번 파업투표는 임단협투쟁을 위한 파업결의라는 명분 속에 진행됐으나 실질적으론 동력이 떨어진 민노총의 쇠고기 총파업에 힘을 빌려주는 이른바 '비빔밥식 총파업'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여건하에서 임단협 협상에 불리한 금속노조가 쇠고기 파업을 끌어들여 사용자 측을 압박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적잖다.

금속노조는 29일 파업 결정을 발표하면서 임단협 파업이 정치파업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내달 2일 2시간 부분파업이라는 다소 약한 카드를 꺼냈다.

대개 일반 임단협 파업 때는 강경투쟁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는 최대 투쟁 동력인 현대차 등 완성차 4사의 찬성지지율이 예상외로 낮게 나온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2008년 임단협 투쟁에 대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적인원 14만1178명 가운데 12만7187명이 투표에 참석,9만6036명이 찬성표를 던져 투표자 대비 75.1%,재적 대비 68.02%의 찬성률을 보였다.

하지만 현대차(67.0%),기아차(64.8%),쌍용차(63.3%),GM대우차(65.2%) 등 핵심사업장 지지도가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금속노조가 완성차 4사에 오는 7월4일까지 최종 협상시한을 제시한 것도 이처럼 완성차 노조의 파업지지도가 전례없이 낮은 점을 반영한 투쟁전략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산별중앙교섭 쟁취와 쇠고기 전면 재협상 등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지난 96년과 97년에 버금가는 파업을 벌인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 최대 노동조직인 조합원 4만5000여명의 현대차 노조의 파업 참여 여부가 금속노조의 향후 파업 강도를 가늠하는 최대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가 이번에 또 다시 파업에 돌입하게되면 1987년 노조설립 이후 20년간,파업을 단 한번도 하지 않은 1994년 이후 무려 14년 연속 악성 줄파업을 벌이는 부끄러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이미 민노총 쇠고기 총파업을 부결(금속노조 전체적으로는 가결)시킨 바 있는 현대차 현장 조합원들이 여기에 적극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조합원들이 민노총 정치파업 때와는 달리,노조에 67%의 찬성을 보낸 것은 민노총 쇠고기 파업에 힘을 보태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금속노조 중앙교섭에 매달려 단 한 번도 하지 못한 임금교섭을 더욱 충실히 이행하라는 뜻이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동조직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파업을 반대하는 여론이 지속적으로 흘러 나오고 있다.

노조 집행부의 현장조직인 민투위 게시판에서 한 조합원(아이디 노조원)이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라는 글을 통해 "파업 찬성률이 예상보다 낮은 것은 그만큼 파업에 대한 노조원들의 회의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고유가로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마당에 노조의 강경투쟁은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파업 자제를 촉구했다.

아이디 콤비아맨은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파!'란 글에서 "올해 임금협상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파업에 들어가면 앞날이 캄캄해진다"면서 "제발 고향에 계시는 부모 형제에게 욕 안먹는 한가정 가장이 되도록 하루 빨리 임금협상 타결에 힘을 보태자"고 말했다.

아이디 조합원은 '파업은 이제 그만'이란 글에서 "회사 임금 협상에 대한 불만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한 것도 아니고 금속노조와의 중앙교섭을 이유로 다시 파업을 하려고 하니 화가 치민다"면서 "이젠 현대차의 성장과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현대차 윤해모 지부장도 "15만 금속노조 사업장이 총파업을 하지 않으면 현대차만 파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합원들에게 공개 약속했다.

현장 조합원들의 반 파업 정서가 유례없이 고조되고 있어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전면파업으로는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동욱/울산=하인식 기자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