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민 < 지식경제부 차관 >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154달러.어느 선진국의 통계일 것 같은 이 숫자는 놀랍게도 우리나라 울산광역시의 2006년도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다.

새 정부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중ㆍ장기 비전으로 삼고 있지만,울산광역시는 이미 그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울산은 원래 가난한 어촌 마을이었다.

고래잡이로 유명한 장생포가 있고,방어가 많이 잡힌다고 하여 붙여진 방어진이라는 이름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우리에게 울산이 있다면,미국에는 실리콘 밸리가 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도 20세기 중반까지는 살구와 호두나무로 유명한 농촌 지역이었지만,지금은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산업의 허브(Hub)로 기능하고 있다.

울산이나 실리콘 밸리가 세계적인 수준의 소득을 창출하고 날로 성장하는 지역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기업'이 있었다.

울산에는 유수한 조선,자동차,석유화학 기업이 있고 실리콘 밸리에는 휴렛팩커드 록히드 애플 등 세계적 기업들이 있었다.

기업이 활발히 투자하는 지역은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청년들이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는다.

기업과 연관된 대학 등 교육 수준도 향상되고,기업과 인구의 증가로 세수(稅收)도 늘어나니 지역은 자연스럽게 발전하게 된다.

경제 수준에 따라 늘어나는 문화적 혜택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이제 우리나라 각 지역 사회에서도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지름길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규제를 허물고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함은 물론 전담 부서를 설치해 신속하게 기업의 요구를 수용하는 등 기업 친화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 발빠르게 변화를 실천하고 있다.

동해시의 LS전선 유치는 지자체의 이러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도지사까지 직접 나서서 LS전선의 서울 본사와 구미 사업장을 수차례 오가면서 투자를 권유했고,2년 이상 소요되는 인ㆍ허가 기간을 3개월로 단축했다.

이해관계 대립이 심한 토지보상 업무도 토지 소유자들을 맨 투 맨으로 접촉하면서 설득한 끝에 1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하지만 우리 지역 사회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멈추지 말고 투자 유치에 대한 시야를 더 넓혀 가야 한다.

국내 차원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각 지역 사회의 특화된 강점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물류 분야만 보더라도 광양 부산 등 우리 허브 항만들은 동북아 지역의 물동량을 유치하기 위해 홍콩 상하이 등 세계적 물류 허브와 경쟁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등 많은 특별 경제지역들도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국제 비즈니스의 중심에 서기 위해 두바이 싱가포르 등 세계 각지의 금융,투자,물류,연구개발(R&D),교육 거점들과 국가나 지역의 명운을 걸고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주는 현대자동차를 유치하면서 2억5000만달러 상당의 교육 훈련비와 공장 부지 매입비를 지원하고,외국 기업에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게 돼 있는 주법(州法)까지 개정하는 등 지역이 앞장 서는 모델을 보여 주었다.

이처럼 지역이 앞장 서서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 전략을 만들어 기업을 유치하고,정부는 지역이 원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는 7월3~4일 양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제1회 지역투자 박람회'에서 기업들은 16개 시ㆍ도의 기업 환경을 비교해 볼 수 있으며,지자체들은 투자 계획이 있는 기업들을 만나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 경쟁력의 총화가 국가 경쟁력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업과 지역이 손잡고,물과 고기처럼 서로에게 가장 부합하는 파트너를 찾아 함께 투자하고 발전해 나간다면 새 정부가 꿈꾸는 선진 일류국가 실현은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