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0시10분께 서울 종각 앞 도로.경찰의 원천 봉쇄 작전으로 서울광장과 태평로에서 밀려난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대가 모여 있었다.

시위대 규모는 약 5000명.이들 중에는 통합민주당 김재윤 강창일 김춘진 최문순 이석현 송영길 의원과 진보신당 공동대표인 노회찬 심상정 전 의원이 있었다.

이들은 경찰이 집회의 자유를 원천 봉쇄한 데 대해 항의하고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10분 뒤 경찰은 불법 집회를 원천 봉쇄한다는 방침에 따라 종각 앞 도로를 불법 점거하며 농성 중인 시위대에게 0시30분부터 해산작전에 들어가겠다고 사전 경고했다.

경찰은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위대가 해산할 기미를 보이자 않자 밀어붙이기 시작했으며 시위대는 경찰력에 밀려 인도로 올라가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전.현직 국회의원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오전 2시까지도 요지부동이었다.

경찰과 시위대 간에 큰 충돌 없이 원만하게 불법 도로 점거 시위가 마무리됐는데도 법을 누구보다 앞장서 지켜야 할 국회의원들이 도로를 차지하고 앉아 교통을 막고 있었던 것.한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가 해산됐으면 국회의원도 해산해야지 왜 저렇게 도로에 앉아있는지 모르겠다"며 "싸움을 붙이러 온 건지 말리러 온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왜 도로 밖으로 나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집회의 자유를 막은 데 대한 항의 표시로 연좌농성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누구보다도 법을 잘 지켜야 할 국회의원들이 불법 행위를 서슴지 않는 현장이었다.

종각 앞 도로는 이들 몇 명 때문에 오전 2시까지 교통이 통제되는 한심한 모습이 연출됐다.

한편 경찰은 오전 3시까지 종로 일대에 남아있던 400여명의 시위대 중 200여명이 종로∼을지로∼동대문 사이에서 인도와 차도를 오가며 '게릴라식 시위'를 벌이자 체포전담조를 투입해 40여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또 서울광장 원천 봉쇄에 항의하며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려 한 집회 참가자 30여명도 붙잡았다.

경찰의 원천 봉쇄로 지난 29일 오후부터 30일 새벽까지 서울 종로 을지로 등지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졌으나 시위대의 폭력 행사와 경찰의 강경 진압 같은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진우 기자 doc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