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내년부터 주주가 아닌 특정인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공모가를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제한키로 했다.

일부 '큰손' 투자자들이 이 방식의 유상 신주 공모가가 주주배정이나 일반공모 등 다른 형태의 유상증자보다 일찍 정해지는 점을 이용,대금 납입일을 늦추는 등의 편법투자로 차익을 올리고 있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30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신주 공모가가 발행 시점의 시가 간 격차를 줄일 수 있게 공모가 산정 기준일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행 '유가증권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 신주 공모가는 이사회 증자결의 전날을 기준(기산일)으로 1개월 평균,1주일 평균,기산일 종가 등을 고려해 산출된다.

주주배정과 일반공모 방식이 기준으로 하는 청약일 또는 신주배정기준일보다 훨씬 빠른 시점에 공모가가 정해지는 셈이다.

일부 큰손들은 이 같은 규정을 악용해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상장기업들이 자신을 배정인으로 한 제3자 배정 방식의 증자를 실시하도록 한 뒤 증자 결의일 이후 대금납입일까지 해당 기업의 주가 흐름이 좋지 않으면 납입일을 연기하게 하는 등의 수법으로 차익을 올리는 일이 적지 않았다.

금감위는 이 같은 편법투자를 막기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신주 공모가 산정 기준일을 납입일 부근으로 앞당겨 격차가 커지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제3자 배정 유상 신주 투자자에 일종의 특혜를 줬던 측면이 있다"며 "이번에 관련 규정이 바뀌면 기대 이익이 줄어들게 돼 이 방식의 증자는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융위는 일반공모 및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의 경우 자금조달이 활성화될 수 있게 공모가 산정 방법을 바꿀 예정이다.

금융위는 일반공모 증자는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제도를 도입하고,주주배정 증자의 경우엔 완전 자율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