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 현장에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부모의 행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초기 '촛불문화제' 때와 달리 최근 물대포와 쇠파이프가 난무해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폭력시위 현장에 어린 아이를 태운 '유모차 부대'가 나올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 28일 경찰이 시위 진압 도중 유모차를 향해 소화기를 뿌렸다는 주장이 나온 이후 인터넷 사이트에서 더욱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촛불 시위가 불법 폭력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시위 현장에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고유경씨(30)는 "(유모차를 시위 현장에 끌고 나오는 일은)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취급하는 잘못된 일"이라며 "나중에 아이가 커 그 사실을 안다면 부모에게 어떤 생각을 가지겠느냐"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권영세 사무총장도 최고위원 회의에서 유모차를 끌고 나온 이들을 향해 "과연 부모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돈 받고 유모차를 빌려 주는 곳이 있다'는 루머까지 떠도는 등 유모차를 둘러싼 논란은 주로 "진짜 부모라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로 모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해 국민대책회의 측은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는 것은 평화적으로 (촛불 시위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그것을 정부와 경찰이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더 적합하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국민대책회의 측은 "경찰이 과잉 진압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우리가 그분들에게 나오라 나오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에서 온 정모씨(27)는 "내 아이들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이고 싶지 않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함께 싸운다는 생각으로 (유모차를 끌고)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위 현장에 파견 나온 평택경찰서의 신대호 경감은 "사실 경찰한테 맞거나 공격당하는 것보다 시위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깔릴 수도 있다는 게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현장의 한 의경도 "물대포를 정면으로 쏘지는 않지만 공중으로 뿜은 것이 아이 머리 위로 떨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시위 현장에서 어서 벗어나라'고 몇 차례 경고 방송을 해도 남아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폭력 현장에 아이를 데리고 올 경우 아동 학대죄로 고발될 수도 있다"며 시위에 참가하고 싶으면 어른 혼자 오는 게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