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중심.계열사별 독립.투명경영 성공 모델

"회사가 망할 정도의 실패만 아니라면,어떤 도전이라도 괜찮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거듭 되뇌는 말이다.

그룹 안정화 작업을 마무리했으니,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도전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SK가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7월2일 지주사로 전환한 SK는 그동안 비판의 대상이 돼온 순환출자구조를 털어내고 새로운 한국형 대기업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이사회 중심 경영,계열사별 독립 경영,그룹 차원의 투명 경영 등을 통해 재계의 '새로운 경영 교과서'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사회 중심 경영이 안착됐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올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동수로 규정한 정관을 개정,총 11명의 이사진 중 사외이사를 7명으로 채웠다.

SK네트웍스도 7명 중 4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비상장사인 SK C&C는 사외이사 비율을 50%로 확대했고 SK건설도 지난 5월 임시주총을 열고 총 7명의 이사 중 4명을 사외이사로 뒀다.

지주회사인 SK㈜의 서윤석 사외이사(이화여대 교수)는 "앞으로 SK는 이사회의 사내.외이사들도 평가를 받는 시스템을 도입해 진정한 이사회 중심 경영의 틀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출범 이후 이사회 중심 경영과 함께 SK에너지,SK텔레콤,SK네트웍스 등 주요 계열사들은 '회사 내 회사(CIC)' 제도를 도입해 계열사별 독립 경영 체제도 수립했다.

개별 사업부문마다 독립된 성과주의 경영 체제를 꾸린 것.이 같은 이사회 중심 경영과 계열사별 독립 경영은 투명성 강화로 이어졌다.

최 회장은 최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 상반기 이사회에서 한국 경영인 최초로 이사에 선임됐다.

SK의 사회책임경영이 국제무대에서도 정식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지배구조 변화는 실적 변화도 가져왔다.

SK는 지주사 체제 원년인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4% 늘어난 78조원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그룹 전체적으로 8조원을 투자해 매출 82조원,수출 30조원 달성을 목표로 정했다.

SK가 지주회사 체제를 완전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연내 지배구조의 최고 정점에 있는 SK C&C를 상장하고 유일한 금융 계열사인 SK증권의 매각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