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들이 혹사당하고 있다.

군대에 갔다 차출되는 전경과 지원과 합격을 거친 의경들이 두 달가량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출동하면서 육체적 부상과 심리적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

쇠파이프와 각목 낫 등을 동원한 폭력 시위를 막느라 팔 다리가 부러지고 타박상을 입는 일이 다반사다.

폭력 시위에 대한 공포감과 하루 3~4시간 수면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심리상태가 최악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집회에서 한 전경은 머리에 쇠파이프를 맞고 두개골이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다.

버스 뒤에서 밥을 먹던 전경은 버스 밑에서 시위대가 휘두른 낫에 다리가 찢어졌다.

최근에는 '까나리액젓'이 시위대의 신종 '시위 아이템'으로 등장해 전경들을 더욱 괴롭게 하고 있다.

김모 상경은 "까나리액젓에 식초(빙초산),간장 등을 섞은 혼합물을 맞은 전경들은 독한 냄새로 인해 고통을 겪는 것은 물론 눈에 튀어들어간 이물질을 제때 못 빼 괴로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시위가 가장 격렬했던 지난 29일 38명의 전.의경이 경찰병원에 입원했으며 이는 이전 한 달간 시위에서 다친 전.의경 입원자 17명의 두 배 이상이다.

경찰병원의 전.의경 전용 병상 200여개는 이미 꽉 찬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경에 대한 시위대의 폭행 행위가 원래부터 자행됐던 것은 아니었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시민들은 전.의경들을 향해 물병과 돌을 던지는 대신 빵과 초콜릿을 던졌다.

하지만 정부의 고시 발표를 전후해 시위는 극렬 폭력 시위로 변질됐다.

일반 시민 참가자들이 빠진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 민노총 한총련 진보단체 등이 주류로 등장한 이후부터다.

이전에는 경찰의 강경 진압은 사실상 없었다.

폭력 시위가 격화되면서 전.의경의 가족과 여자친구 등은 애를 태우며 쇠고기집회가 끝나는 날만 고대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군대에 빌려준 여자친구들의 모임'인 네이버 '고무신까페'에는 "TV에서 쇠파이프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거나 "하루 1시간~1시간30분밖에 못 잔다는 우리 꾸나(군대 간 남자친구를 '군화'에 빗대 부르는 말)가 시위대에 머리를 맞았다고 해 울컥했다"는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전.의경 부모들은 참지 못하고 현장에 달려나가기도 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한 전경 어머니가 다친 아들을 발견하고 구급차를 찾았지만 버스로 친 차벽 때문에 차가 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절규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 네티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