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바퀴(휠)는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자동차 사업을 향한 큰 꿈을 키우는 첫걸음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1975년 말 정몽구 당시 현대자동차써비스 사장은 현대차 울산공장 한편에서 최초의 국산 고유 모델인 '포니'에 장착될 휠을 만들며 자동차부품 제조업 진출을 모색했다.

그리고는 1976년 3월 초 한파가 물러가자마자 울산시 매암동 일대 황무지와 갈대밭 7만2000여㎡(2만2000여평) 부지에 휠 생산 및 군용차 재생 등을 위한 공장 신축에 착수했다.

훗날 현대모비스의 모태가 된 매암동 공장(지금의 휠 공장)이다.

정 회장은 보다 빨리,보다 완벽하게 공장을 건립하기 위해 현장에서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며 공사 진행을 독려했다.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현장에서 느끼고,현장에서 해결한 뒤 확인까지 한다'는 정 회장의 현장경영 철학,이른바 삼현(三現)주의는 이 때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6개월 만인 1976년 8월 말 1단계 공장을 준공한 정 회장은 휠과 군용차 재생 사업을 중심으로 초기 생산 기반을 다졌다.

이어 1977년 생산 설비를 증설한 뒤 휠과 함께 범퍼류와 필터류,기타 부품 등으로 생산품목을 늘리며 부품 제조사로서의 면모를 갖췄고 그 해 7월1일 현대차써비스로부터 부품사업 전부를 양도받은 현대정공(현대모비스의 전신)이 설립됐다.

현대정공 창립 때 만들어진 차륜(휠)사업부는 1990년대 말 사업 구조조정을 거쳐 2000년 회사명을 현대모비스로 바꾸며 자동차부품 시스템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한 지금에 이르기까지 모비스 31년 부품사업 역사의 근간이 되고 있다.

정 회장의 완성차 제조를 향한 꿈은 이렇게 싹을 틔웠다.

제조업 경영의 꿈도 실현했다.

글로벌 일류를 지향하면서 현장을 중시하고 품질을 최우선시하는 정몽구식 경영,이른바 'MK 웨이(way)' 역시 현대정공 설립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꽃 피우기 시작했다.

현대정공은 설립 후 최초의 4륜구동 승용차 '갤로퍼' 출시,컨테이너 생산 세계 1위,아시아 최초 스포크와이어 휠 개발,한국형 전차 개발,세계 최대 규모의 하수도 처리장 건설,동양 최대 공작기계 생산공장 준공 등 숱한 '최초''최고''최대'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국내 기계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돌파해 뜻을 이루는 정 회장의 '돌관(突貫) 정신'은 현대정공의 이 같은 성장을 앞서 이끌었다.

정 회장은 1977년 컨테이너 제조를 시작하면서 사업계획 수립과 공장 건설,국내외 수주 활동을 동시에 진행했고 실제 공장을 짓기도 전에 수주를 따 내는 추진력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컨테이너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현대 표준(Hyundai Standard)'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이에 힘입어 2000년 자동차부품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며 컨테이너 사업을 접을 때까지 한국을 세계 제1의 컨테이너 수출국으로 이끄는 주역을 맡았다.

현대정공이 1991년 9월 내놓은 갤로퍼는 정 회장이 현대차써비스 사장 시절부터 키웠던 자동차 사업에 대한 열정의 결집체다.

자동차 바퀴(휠) 제조에서 시작된 정 회장의 꿈이 1980년대 중반 진행한 골프 카 사업,옛 현대 차량을 인수하며 추진한 철도차량 사업 등으로 한층 가시화됐고 갤로퍼를 통해 1단계 완성됐다.

정 회장은 갤로퍼 신차 발표회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 4륜구동 승용차인 갤로퍼는 앞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차종으로 발전해 갈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갤로퍼는 1999년 현대자동차로 관련 사업이 이관될 때까지 당시로선 국내 SUV 차량 부문 최대인 총 30만대가 생산되는 등 SUV 도입 단계였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일대 돌풍을 일으켰다.

글로벌 6위 완성차 메이커로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현대ㆍ기아차의 최고경영자로 우뚝 선 정 회장의 자동차 경영에 대한 꿈과 소망은 현대모비스를 통해 이렇게 하나씩 현실화됐다.

정 회장의 좌우명은 일근천하무난사(一勤天下無難事)다.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움이 없다는 뜻으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일흔 나이의 정 회장은 자신이 직접 세우고 키워 온 현대모비스와 함께 지금 새로운 꿈을 가꿔가고 있다.

모비스를 글로벌 최고의 부품기업으로,동시에 현대ㆍ기아차를 글로벌 톱 자동차 브랜드로 완성시키기 위한 최후의 도전이다.

정 회장은 두 가지 꿈이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의 경험으로도 그렇다.

정 회장이 2000년 이후 앞장 서 추진한 모비스의 모듈(핵심부품 결합체) 사업은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차원 높였을 뿐 아니라 현대ㆍ기아차 품질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끌어올리는 데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모비스 국내외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부품과 소재의 품질 수준이 완성차 경쟁력에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현대모비스가 하루빨리 글로벌 최고의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도약하기를 바라는 정 회장의 채찍질은 그래서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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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회장 경영 어록

"현대정공 시절은 아주 좋은 경영학습의 장이었습니다.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각종 경영기법을 체득할 수 있었고 현장의 중요성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현장경영과 품질경영이 30년 동안 경영철학의 근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2007년 현대모비스 30년 社史 인터뷰

"현대모비스는 현대 및 기아자동차가 글로벌 메이커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가 AS부품사업과 모듈 등 부품제조사업을 통해 전ㆍ후방 영역을 대신함으로써 현대ㆍ기아차는 생산과 판매에 전력투구할 수 있었습니다."

-2007년 현대모비스 30년 社史 인터뷰

"소재와 부품의 품질 수준은 완성차의 경쟁력에 직결됩니다.

자동차용 강판과 핵심부품에 대한 기술력,품질수준 향상,그리고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꾸준히 다져나가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2006년 그룹 신년사

"중국에서 현대차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품질을 달성해야 합니다.

모듈 부품의 조립 품질이 완성차 품질을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품질관리에 신경써 주십시오."

-2003년 베이징 모듈공장 방문 때

"경영 환경이 어려울수록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한 근면과 참여가 중요합니다.

기업경영은 조직에 의한 경영이므로 상하,종횡으로 잘 교직될 때 그 조직체가 튼튼하여 어려움을 뚫고 전진할 수 있습니다."

-1981년 현대정공 사보 창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