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30일 오후 7시30분 서울시청 광장에서 '국민 존엄을 선언하고 국가 권력의 회개를 촉구하는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했다.

천주교 사제단과 교인,일반 시민 등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이날 미사에서 사제단은 시국 선언문을 통해 "국민이 촛불을 들고 일어선 것은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자진 굴복해 문제의 쇠고기와 위험한 부속물 수입을 전면 허용해 버렸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국민의 뜻을 끝내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사제단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만을 주장하는 보수 언론,한나라당의 교만과 무지 등도 문제이지만 국가 정책의 많은 부분에 대해 국민을 속이고 있는 현실은 더욱 큰 불행"이라며 "대통령이 국민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제단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촛불시위 문제의 핵심은 국민 건강의 안전성과 이를 보증할 검역 주권의 확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즉각 폭력 진압을 지시한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연행자들을 전원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후 8시50분께 미사를 마친 사제단과 참가자들은 신부와 수녀들을 앞세우고 남대문과 한국은행 을지로를 돌며 행진했다.

이 일대 도로는 이들의 불법 점거로 인해 교통이 전면 통제되는 등 퇴근길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제단은 1일 오후 7시부터 시청 광장에서 집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또 일부 사제들은 조만간 단식 투쟁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날 경찰은 전날과 달리 시위 자체를 원천 봉쇄하지 않았고 불법적인 도로 점거도 방관했다.

전날 시위 장소인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차량으로 차단하고 시위대가 도로 행진을 시작하자 인도 밖으로 밀어 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사제단의 가세로 평화 시위로 되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단의 불법 도로 점거 시위와 관련,상당수 시민들은 "종교 지도자들이 거리로 나와 불법 시위를 벌이는 것은 정국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