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조정이 계속되면서 최근 자사주 매입을 마친 기업들이 대부분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전반적인 시장 약세에 따라 자사주 매입을 마친 이후에도 주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 방어차원에서 이뤄진 자사주 매입이 오히려 해당기업에게 손해를 미치고 있는 것이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N은 주가안정 도모와 주주가치 환원차원에서 지난 4월 1일부터 5월 16일까지 자사주 130만주를 취득했다.

NHN의 자사주 평균 매입단가는 21만8667원이지만 31일 종가는 18만2500원으로, 자사주 취득 주식수 130만주를 고려하면 평가손실 액이 470억원에 이른다. 284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고도 큰 폭의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NHN의 자사주 매입은 초반에 성과를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성장성 둔화, 웹보드 게임 규제에 대한 우려와 나오는 가운데 시장 조정이 겹치면서 주가 방어에 실패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2일까지 자사주 100만주를 975억2890만원에 사들였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30일 종가가 7만8300원인점을 감안하면 삼성엔지니어링의 평가손실액은 192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도 주가안정을 위해 지난달 2일부터 13일까지 자사주 200만주를 매입하는 데 836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주가는 31일 3만7300원까지 하락해, 평가손실액이 9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23일까지 자사주 206만주를 사들였다. 투입한 금액은 1322억원으로, 주당 평균 매수단가는 6만4182원. 지난달 30일 종가 5만6600원과 비교하면 11.8% 높은 수치로, 삼성물산의 총 평가손실액은 156억원에 이른다.

자사주 매입에 따른 평가손실은 대기업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5월말에서 6월초 사이에 자사주 매입을 마친 가온미디어, JS전선, 디에스엘시디 등도 수억원씩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고유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우려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어서 주가 반등이 불투명하다"며 "자사주 매입기업들의 손실폭이 확대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경우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이나 차익실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