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단체 고발할것

배성한 한국음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장은 1일 오전 인터뷰를 위해 찾은 기자에게 "답답하고 속상하다"며 우선 술이나 한잔 하자고 했다.

배 지회장이 찾아간 곳은 서울 종로구 신영동에 있는 대형 한정식집.이 근방에서 음식이 깔끔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3층짜리 단독 건물이지만 오후 1시가 다 되도록 서너 테이블 정도 자리가 찼다.

그는 앉자마자 소주 두 병을 시켰다.

식당 종업원에게 "요즘 장사 잘 되느냐?"고 묻자 "아이고,말도 마라. 불경기에 촛불시위까지 겹쳐 아주 죽을 맛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배 지회장도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

"살다살다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과격 촛불시위 때문에 매일 밤 전경차가 진입로를 막는 바람에 손님들의 발길이 아예 뚝 끊겼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촛불시위가 계속된다면 종로구에서 영업하는 음식점들은 전부 문을 닫고 단체로 거리시위에 나서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 지회장은 하루 100여통 이상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도저히 못살겠으니 제발 조치를 취해달라'고 애원하는 회원들의 전화다.

종로구지회 사무실 직원들은 성난 회원들의 항의전화에 응대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8000여개 업소가 회원으로 있는 한국음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는 서울에서 강남지회 다음으로 크다.

배 지회장은 혜화동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촛불시위 때문에 도로가 통제된 광화문,종로 1가,청계광장,효자동 인근 업소다.

반경 4~5㎞ 이내 음식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매출이 50% 이상 급감했다.

'가게문을 닫는 게 오히려 남는 장사다'라는 소리가 나돌 정도다.

배 지회장은 "저녁장사를 아예 포기한 업소도 많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 때문에 밤 늦게까지 문을 열어두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점심장사만으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종업원 인건비를 대지 못해 온 가족을 동원한 업소도 늘고 있다.

임시휴업을 선언한 업소 또한 최근 한 달간 부쩍 늘었다.

그는 "견디다 못해 임시로 문을 닫은 업소는 현재 20곳 정도지만 시위가 계속된다면 휴ㆍ폐업 업소가 100여곳은 금방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절박함이 이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다.

그는 이번 캠페인을 투쟁이 아닌 '호소'라고 했다.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애원하고 싶어서다.

"회원 중에는 구멍가게 수준의 업소들도 많은데 도대체 누굴 위한 시위인지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다른 걸 해 본 경험도 없는 순진한 사람들인데….이들에게 무작정 기다리라고 하기에도 미안합니다."

이들은 광화문 일대 상인들의 서명을 받아 손해배상소송과 함께 촛불시위 주최 측인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1800여개 참여단체를 고발할 계획이다.

여태까지 상인 400여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배 지회장은 "광우병국민대책회의를 찾아가 '합법 집회는 좋지만 불법 거리시위는 제발 자제해 달라'고 빌 각오까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술잔의 술을 한 번에 털어넣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