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내놓은 하반기 경제전망은 모두가 우려(憂慮)하고 있는 '저성장 고물가', 다시 말해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거듭 확인시켜 주고 있다.

경제활력이 살아나기도 전에 아예 꺾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한은은 올 하반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당초 전망(4.4%)보다 훨씬 낮은 3.9%로 내려 잡고,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처음 예상치인 3.1%보다 무려 2.1%포인트나 높은 5.2%로 내다봤다.

통계청 발표에서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5%를 기록했고 보면 '성장률 3%대 추락과 5%가 넘는 물가급등'이 공식화된 셈이다.그뿐만이 아니다.

경상수지 적자 규모도 당초의 30억달러에서 9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신규 취업자 수는 연말 30만명에서 19만명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거시 지표들이 하나같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유가를 비롯해 나라 안팎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전망치들이 별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될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다 이렇다할 해결책도 없다는 점이다.

한은이 고유가와 고환율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 본 것만 해도 그렇다.

수출증가율 둔화는 성장률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무역수지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우리 경제가 헤매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사정인 이런데도 온 나라가 쇠고기 문제에 함몰돼 정부는 중심을 잃고 국정과 경제 정책은 아예 실종된 상태다.

지금의 우리 경제는 비상한 각오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더 이상 쇠고기를 둘러싼 갈등으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되살리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위한 정부의 경제정책 리더십 회복과 비상대책 수립이 최우선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기업의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 또한 급선무(急先務)다.

지금처럼 손놓고 있다가는 정말 우리 경제가 회복할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