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웃청년을 형이라고 부를 정도지만 주위에 피해를 입히기는커녕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감싸안는다.
'누나'라는 연속극의 치매 노인 역시 아들도 못알아볼지언정 수시로 삶의 도리를 일깨운다.
TV나 영화 속 치매 환자는 이처럼 정신은 내려놨으되 맑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집안에 치매 환자가 있으면 가족의 삶은 그날로 송두리째 바뀐다.
대소변을 못가리는 건 약과요,'밥을 안준다''때린다' 같은 거짓말도 예사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만큼 누군가 24시간 옆을 지켜야 하고,애써 치워도 곳곳에 배인 냄새는 집에 손님을 못부르게 한다.
얌전하기만 하면 그래도 천만다행,툭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일도 있다.
거짓말에 폭력까지 행사하면 지옥이 따로 없다.
중풍 등 다른 노인성 질환도 개인이 감당하기엔 벅찬 수가 대부분이다.
7월1일부터 가동된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이처럼 고역스러운 노인성 질환자 수발을 정부가 지원,환자와 가족의 삶 모두 바닥 모를 늪으로 빠져드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사회 보험에 이은 또 하나의 사회적 안전장치인 셈이다.
고령사회가 눈앞인 지금 노인문제 해결,특히 심신이 불편한 환자에 대한 사회 부조는 더이상 미루기 힘든 과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는 따라서 잘만 하면 국내의 사회복지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게 틀림없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요양시설과 요양보호사 확보 등 난제도 많다.
건강보험처럼 장기요양보험도 보험료 납부자와 수혜자 비율이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새 제도에 따라 이달부터 건강보험 가입자는 기존 보험료의 4.05%를 더 내야 한다.
요양시설 확보 못지 않게 제도 출범 초기 있을 수 있는 허점을 노린 사기나 '꾼'들에 의한 보험료 낭비가 없도록 철저한 감시 또한 절실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