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봄 방송된 MBC TV 드라마 '고맙습니다'에 나온 할아버지는 치매 환자다.

그는 이웃청년을 형이라고 부를 정도지만 주위에 피해를 입히기는커녕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감싸안는다.

'누나'라는 연속극의 치매 노인 역시 아들도 못알아볼지언정 수시로 삶의 도리를 일깨운다.

TV나 영화 속 치매 환자는 이처럼 정신은 내려놨으되 맑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집안에 치매 환자가 있으면 가족의 삶은 그날로 송두리째 바뀐다.

대소변을 못가리는 건 약과요,'밥을 안준다''때린다' 같은 거짓말도 예사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만큼 누군가 24시간 옆을 지켜야 하고,애써 치워도 곳곳에 배인 냄새는 집에 손님을 못부르게 한다.

얌전하기만 하면 그래도 천만다행,툭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지는 일도 있다.

거짓말에 폭력까지 행사하면 지옥이 따로 없다.

중풍 등 다른 노인성 질환도 개인이 감당하기엔 벅찬 수가 대부분이다.

7월1일부터 가동된 노인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이처럼 고역스러운 노인성 질환자 수발을 정부가 지원,환자와 가족의 삶 모두 바닥 모를 늪으로 빠져드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사회 보험에 이은 또 하나의 사회적 안전장치인 셈이다.

고령사회가 눈앞인 지금 노인문제 해결,특히 심신이 불편한 환자에 대한 사회 부조는 더이상 미루기 힘든 과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는 따라서 잘만 하면 국내의 사회복지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게 틀림없다.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요양시설과 요양보호사 확보 등 난제도 많다.

건강보험처럼 장기요양보험도 보험료 납부자와 수혜자 비율이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새 제도에 따라 이달부터 건강보험 가입자는 기존 보험료의 4.05%를 더 내야 한다.

요양시설 확보 못지 않게 제도 출범 초기 있을 수 있는 허점을 노린 사기나 '꾼'들에 의한 보험료 낭비가 없도록 철저한 감시 또한 절실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