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하반기 3%대 성장ㆍ5%대 물가상승' 전망

국내 경제가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하강과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빠질 것이란 전망은 '기정사실'이 돼버렸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008년 하반기 경제전망'이 아니더라도 민간 경제연구소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등 국내외 예측기관들이 이미 비슷한 톤의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관심은 '그럼 국내 경제가 언제 회복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안타깝게도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상당한 기간 고물가와 저성장이 지속돼 경제 주체들의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도 걱정

한은이 이날 내놓은 올 하반기 경제 전망은 온통 '나쁜 소식'뿐이다.

성장률은 3.9%까지 떨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까지 치솟는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특히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상반기 4.3%에서 하반기 5.2%로 높아져 당초 "하반기나 연말쯤에는 관리범위 상한선(3.5%) 이내로 들어올 것"(이성태 한은 총재)이라던 기존 전망이 완전히 빗나갔다.

그나마 이는 올해 원유 도입단가가 배럴당 115달러,하반기만 놓고 보면 128달러 정도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됐을 때 얘기다.

유가가 지금보다 더 치솟으면 성장률은 더 떨어지고 물가는 더 치솟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130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한은이 예상한 것보다 경제 사정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문제는 내년 경제상황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 경기 전망에 대해 "상반기부터 치고 올라가긴 힘들다"며 "내년 세계경제 성장세가 금년 정도 되고 내년 유가가 올해보다 조금 낮은 수준에서 하향 안정된다면 하반기쯤 회복세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 물가에 대해서도 "국제유가가 다소 하향 안정되더라도 절대 수준은 크게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내년 물가가) 급속히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경제에 대해 섣불리 낙관론을 펴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도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회복이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경기 사이클상 한번 꺾인 흐름이 반전되기는 쉽지 않은 데다 올 상반기 성장률이 5%대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인 데 따른 기저효과까지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회복을 점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내년 하반기쯤에 회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회복되더라도 'V자 반등'은 아닐 것"이라며 "이에 따라 내년 연간 성장률은 올해 연간 전망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깊어진 금리 고민

금리정책을 둘러싼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올해 하반기에 경기와 물가가 모두 나빠질 것이란 점에서다.

경기를 살리자니 뛰는 물가가 불안하고,물가를 잡자니 경기 하강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는 '딜레마' 상황인 셈이다.

전문가들의 '처방전'도 엇갈리고 있다.

오문석 상무는 "지금 물가를 잡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돼 결국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며 "한두 차례 금리를 올려서라도 물가부터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실질금리가 이미 마이너스(-) 수준에 근접해 사실상 '금융완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을 줄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유병규 상무는 "경기가 냉각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순간 경기가 완전 얼어붙을 수 있다"며 "금리 인하도 힘들지만 금리 인상은 더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위축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