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배 곯은 경험이 없어선지 과거에 비해 확실히 나약합니다.'어떻게 하면 이 친구들을 강하게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자식이 귀여울수록 (고단한) 여행을 보내라'란 일본 격언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대학생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이 어느 새 11년이나 됐네요."

2일 경상남도 통영 문화마당에서 만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81)은 "우리는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줄지어 걷기 시작한 144명의 젊은이들을 앞에 두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강 회장은 '박카스와 함께하는 제11회 대학생 국토대장정' 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통영을 방문했다.

대학생 국토 대장정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디지털 문화에 젖어든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내 땅을 내 발로 밟는다'는 아날로그적인 도전과 열정을 심어 주기 위해 1998년부터 시작된 행사.지난해까지 모두 1417명이 참가해 우리 국토 6072㎞를 걸었다.

올해 국토 대장정은 통영에서 출발해 경주 포항 울릉도 독도 강릉 양평을 거쳐 오는 2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마무리되는 20박21일 일정으로 짜여졌다.

총 누적 거리는 1133.3㎞.이 중 544.5㎞는 두 다리에 의지해야만 하는 구간이다.

나머지 588.8㎞ 구간은 배(556.0㎞)와 차량(32.8㎞)을 이용한다.

강 회장은 "20일 동안 500~600㎞를 걷다 보면 인내심과 동료에 대한 배려는 물론 모든 일에 자신감도 갖게 된다"며 "실제 어리고 나약해 보이던 제 손녀도 몇 년 전 국토 대장정에 참가한 이후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동아제약이 국토대장정 행사 비용으로 매년 7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대학생들에게 자신감과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 주는 것 만한 사회공헌 활동이 어디 있느냐"며 "국토 대장정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진출해 몸소 체득한 인내심과 배려 정신을 확산시켜 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팔순을 넘긴 노(老) 경영자가 '건강한 젊은이' 양성에 힘쓰는 이유는 '디지털 세대'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개인별 역량은 뛰어나지만 자기 중심적인 사고가 강한 탓에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게 강 회장의 생각이다.

그가 보기에는 요즘 젊은이들의 인내심과 의지력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

물건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쓰는 것도 못마땅하다.

강 회장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지갑과 명함 케이스,볼펜 등을 꺼내 들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 지갑과 명함 케이스는 20년 넘은 제품이에요.

볼펜은 500원짜리인데 벌써 몇 개월째 쓰고 있습니다.

시계요? 이건 로만손에서 홍보용으로 준 거고….남들에게 베풀 때의 즐거움을 한 번 느껴 보세요.

그러면 나를 위해 쓰는 게 얼마나 아까운지 알게 됩니다."

전직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자 국내 최대 제약회사(연매출 6359억원)의 수장은 행사가 끝난 뒤 전용 승용차인 '쏘나타'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통영=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