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이론의 유효성은 누가 검증하는가.

바로 기업이다.

기업이 적용해 성과를 내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세계1등 기업 GE가 활용하는 혁신도구에는 항상 관심이 쏠린다.

경영혁신방법론들은 "GE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전임회장인 잭 웰치가 1980년대 했다는 "시장에서 1등 혹은 2등이 아니라면 뜯어고치거나 문을 닫거나 팔아버려라"는 말은 이미 초기에 사라진 구호인데도 여전히 전 세계 경영자들이 경구로 인용하고 있는 단골메뉴다.

웰치는 당시 각 부문 경영자들이 실제로 1,2등이 아닌데도 팔아치우지 않고 오히려 시장을 좁게 정의해 억지로 1,2등을 만들어놓는 것을 보고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시장을 전 세계로 넓게 정의하고 그 안에서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높이라고 강조하면서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다.

잘 알려진 6시그마를 도입한 것은 1996년이었다.

웰치는 당시 30만명이 넘는 GE의 전 직원을 공통의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6시그마를 품질측정도구로 내세우고 그린벨트 블랙벨트 마스터벨트 하는 식으로 등급까지 만들어 교육성과 극대화에도 만전을 기했다.

GE의 이런 모든 경영혁신 발전 과정은 전세계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국내만 봐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6시그마를 도입해 최고의 경영혁신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 분위기는 현 회장인 제프리 이멜트 시절에도 변함이 없다.

최근 방한했던 이멜트 회장은 경영자 대상 강연회에서 "6시그마를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GE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린(Lean) 6시그마"라며 선을 그었다.

GE가 새로운 혁신도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당시 놀라는 경영자들이 많았다.

린이란 현재의 낭비를 제거하는 끊임 없는 활동을 통해 기업을 날씬하고 날렵한 상태로 만들어가는 혁신을 뜻한다.

1990년 MIT의 워맥 교수가 도요타생산시스템(TPS)을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이라고 설명하며 '군살없고 날씬하며 낭비가 없는 생산시스템'이란 뜻으로 린생산방식이라고 명명했다.

국내에는 최근에야 알려지게 됐지만 사실 이 변화는 이멜트 체제 초기부터 추진된 활동이었다.

2004년 연례보고서에서 이멜트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린6시그마라는 새로운 분야를 강조하고 있다.

6시그마 문제해결방식에 사이클타임을 줄이는 린방식을 접목했다.

지난 2년 동안 이 방식이 27억달러의 재무성과를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GE가 린6시그마 방식을 도입해 안착시켰다는 것은 품질운동에 이제 스피드 개념이 더 들어간 것으로 보면 된다.

GE의 영향력을 고려해볼 때 국내에서도 린6시그마와 린방식이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해보인다.

변수는 있다.

올 들어 경영실적이 나빠지면서 잭 웰치가 TV에 출연해 이멜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 대표적 예다.

웰치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GE 내부에서도 품질보다는 마케팅과 고객중심경영에 관심이 많았던 이멜트의 노선에 대한 거부감이 커질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세계 최고의 기업 GE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끊임 없이 경영혁신방법론을 손질해가며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법정에서 했다는 말 그대로 "세계1위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