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취임한 이종휘 우리은행장이 전임 박해춘 행장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가장 먼저 메스를 들이댄 곳은 박 전 행장의 외형 성장 전략의 핵심이던 신용카드 사업.이 행장은 박 전 행장이 '우리 V카드'라는 이름을 직접 붙이면서 강하게 밀어붙였던 카드부문의 영업과 심사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카드 심사 기능을 부실 관리를 담당하는 여신지원본부로 옮김으로써 지나치게 공격적인 판촉 활동을 타 부서에서 견제하도록 했다.

박 전 행장이 의욕을 갖고 신설했던 영업지원본부도 폐지됐다.

각 사업본부에 대한 예산 심사와 평가 기능을 갖고 있어 "내부 감찰을 하자는 것이냐"는 원성을 들어왔던 영업지원본부가 없어짐에 따라 본부별 책임경영체제가 부활했다.

박 전 행장 시절 전적인 신뢰를 받았던 투자금융(IB)본부도 담당 부행장을 교체,분위기를 바꿨다.

후임에는 황록 글로벌 사업단장을 발탁해 연말 세대 교체 인사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도 비쳤다.

반면 박 전 행장 시절 중단됐던 경영학석사(MBA) 프로그램은 곧바로 부활시켰다.

이미 1차로 지점장급 20명을 선발,하반기부터 성균관대에서 교육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금융지주회사와의 관계 설정에서도 '그룹 맏형론'을 펴며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예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이 조직을 몰아세우고 다그치기보다는 내부 출신의 첫 최고경영자(CEO)답게 직원들을 격려하며 스스로 역량을 발휘하도록 주문하고 있는 점도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