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없는 국회' 35일째
임기시작 35일이 되도록 국회의장을 뽑지 못하고 있는 18대 국회가 60년 헌정사의 오점을 남길 전망이다.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4일까지 국회의장이 선출되지 못하면 임기시작 후 최장 기간 국회의장 공백과 함께 첫 임시국회 회기 내에 의장을 선출하지 못한 첫번째 국회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부정선거 시비로 36일째에 의장을 선출했던 1996년 15대 국회다.

한나라당은 4일 단독으로 본회의를 소집해 국회의장을 선출한다는 방침이지만 통합민주당 등 야당이 반발하고 있어 의장이 선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4일로 예정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국회방문이 차질을 빚는 등 국회의장 장기공백에 따른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와 기자간담회에서 "18대 국회의 전반기 국회의장을 선출하기 위해 4일 오후 2시 본회의 개최를 요청하는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면서 "서명을 받아 찬성하는 의원이 160명이 넘으면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장을 뽑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들이 한목소리로 4일 본회의 개최에 반대하고 있어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국회의장을 선출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손학규 대표) "단독 등원은 한마디로 의회독재를 하겠다는 것"(원혜영 원내대표)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가급적 다른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등원을) 추진한다는 것이 선진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야당의 참여 없이 국회의장을 선출할 경우 의장의 대표성과 관련된 시비가 임기 내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반쪽 국회의장을 선출한다면 18대 국회 진행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단독 등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급물살을 타던 야당과의 개원 논의가 난관에 봉착해 국회의장 조기 선출이 어려워졌다는 점은 단독 등원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주초만 해도 전향적인 반응을 나타냈던 민주당 지도부는 정의구현사제단의 촛불집회 참가에 고무되고 강경한 의원들의 여론에 밀려 5일 촛불집회에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참가하기로 하는 등 장외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5일 집회에는 손 대표가 단상에 올라가 군중 연설을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회사무처는 4일 반 총장의 국회 방문과 관련해 신임 의장이 국회본관에서 반 총장을 맞기로 했던 일정을 김형오 국회의장 내정자가 의원회관에서 접견하는 것으로 바꿨다.

노경목/유창재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