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일부종목 바스켓 매도로 급락 부채질

강남 크손들 1600 깨지면 매수 나설 움직임

"이미 손절매도 늦은 상황이어서 매일같이 찾아오던 상주 고객들도 오지 않아 객장이 텅 비었습니다.

문의 전화도 거의 없어요.

펀드 환매 시기를 묻는 전화만 일부 오는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저가 매수' 얘기도 나왔는데 이제는 고객들이 그런 얘기도 하지 않아요."

(박주창 메리츠증권 메트로지점장)

코스피 2.5%폭락 '검은 수요일'‥ 끝없는 하락… 개인들 투매 조짐도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개인들마저 증시를 떠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는 외국인 매도세와 기관의 소극적인 자금 집행에 맞서 증시 급락을 막는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이런 개인들이 최근 주가 급락세가 이어지자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기는커녕 투매에 동참해야 하는 건 아닌지 재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개인들은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6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내다 팔면서 3일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5500억여원에 달한다.

일부 종목은 개인들의 투매 조짐도 나타났다.

지난 6월 전체로는 외국인이 4조7896억원 이상 주식을 정리할 때도 꿋꿋이 1조822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증시를 방어했던 개인들이다.

최정민 동양종금증권 구로지점 과장은 "지난달 중순 장이 꺾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고객들이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유가와 환율상승 내수불안 등의 악재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손절매 타이밍을 놓쳤던 개인들이 뒤늦게나마 주식 정리에 나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개인들의 주식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 5월19일 11조3530억원에서 지난달 30일 9조1704억원으로 한 달 남짓 사이 2조원 이상이나 감소했다.

이처럼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되자 주식 투자를 끊거나 단타족으로 돌아서는 투자자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1700선까지 떨어질 때만 해도 주식을 사들였던 개인들이 속절없는 폭락에 아예 주식 투자를 끊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얘기도 들린다"(한국투자증권 영업부 관계자)거나 "일부 투자자들은 대운하와 하이브리드 관련주 등 테마주로 단타매매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손실을 보고 있는 실정"(굿모닝신한증권 분당지점 관계자)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기관들이 이날 일부 종목을 가격에 상관없이 대규모 매도 주문을 내는 '바스켓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 급락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프로그램 매매를 감안하면 기관은 사실상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8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처분했다.

이에 따라 수급 상황이 꼬이면서 이날 웅진홀딩스 등 48개 종목이 하한가로 추락했으며 52주 신저가 종목을 기록한 종목도 54개에 달했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선 조심스럽게 매수 타이밍을 거론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기태 한화증권 갤러리아PB점장은 "이 지역 투자자들은 투매에 동참하는 대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매수 타이밍을 논의하고 있다"며 "1600선이 깨진다면 신규 매수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