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단체협약이 도요타나 GM에 비해 노조에 유리하게 맺어진 것은 노조의 막무가내식 강경투쟁에 따른 결과물인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는 투쟁을 통해 회사를 압박하고 생산 차질을 우려하는 회사 측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니 경쟁사들보다 훨씬 노조의 주장을 많이 반영한 단체협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회사의 의무를 많이 담은 단협은 결국 노조의 파워를 키워 작업장 분위기를 해치고 생산성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매년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파업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고 있다.

밥먹듯 파업을 벌여온 이 회사 노조는 조합원들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선 사활을 걸고 투쟁에 나서고 있으며 이라크파병,미국산쇠고기수입,한·미FTA협정체결 반대 등 민주노총 차원의 정치파업이 벌어질 때도 선봉에 나서고 있다.

파업이 벌어지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1987년 이후 지난해까지 벌인 파업일수는 모두 313일이며 이로 인한 손실액수가 10조9205억원에 달하고 있다.

반면 도요타 노조는 거의 파업을 벌이지 않고 있으며 GM도 현대차처럼 습관성 파업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라크파병,한·미FTA 등 사회적 이슈가 불거져도 이와 관련된 정치파업은 찾아볼 수 없다.

도요타의 경우 1950년 2000명이 대량해고된 뒤 75일간 파업이 지속될 정도로 노사냉전시대가 있었으나 그 이후 단 한 건의 분규도 겪지 않고 있다.

상생의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도요타는 매년 생산성을 높이고 있으며 세계 1위의 자동차생산업체로의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강성노조의 대명사인 GM도 현대차처럼 심각하지는 않다.

GM은 1936년 전국 노동자동맹파업 때 2개월 정도 참가한데 이어 34년 만인 1970년 전면파업을 벌였다.

그후 1998년 미국 내 27개 공장에서 54일간 파업을 벌였고 지난해 2일간 전면파업에 나선 게 GM 투쟁의 대부분이다.

파업 횟수나 빈도로 볼 때 현대차보다 훨씬 약하다.

미국자동차노조(UAW)와 GM 측은 지난해 9월 협상에서 사측은 500억달러의 퇴직근로자 의료혜택비용 미지급 문제를 전면 백지화하는 대신 노조가 독자운영하는 퇴직자의료기금(VEBA)에 299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노조가 생존을 위해 변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의 파업중독증은 생산성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컨설팅업체인 하버컨설팅이 발표한 하버리포트에 따르면 현대차의 HVP(차 한 대를 제작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는 2006년 기준 30.3시간으로 도요타 22.1시간,GM 22.2시간보다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현대차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노조가 권력을 바탕으로 작업통제권까지 휘두르기 때문"이라며 "단체협약이 도요타와 GM 등 경쟁업체보다 노조의 권리를 과도하게 보장해 주고 있어 앞으로도 생산성을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